-먼저 읽으시려는 분들께
이 글은 only 작가만을 겨냥한 글이에요. 작품 안 읽으신 분들은 이해 안 되실 수 있어요. 먼저 작품을 읽으시길 ‘추천’드려요. 유니크한 주인공이 등장하고, 그가 다른 인물들하고 벌이는 밀당이 아슬아슬 조마조마, 쫄깃하게 읽히는 소설이거든요.
–다른 분들처럼 정성들여 쓸 시간도 능력도 안 돼서… 받은 인상들만 거칠게 적어봅니다, 작가님.
1.
-리뷰어에게 쓴 글에서 ‘인물들의 의도와 행동이 모호하게 느껴지는데’ 라고 하셨는데. 제가 보기에는… 작가가 장르를 ‘막연하게’ 규정하고 썼기에 그런 것 같아요. (작가님 스스로는 의식 못 하셨겠지만요.) 결말을 <명확하게/이대로>의 고민보다 먼저… 어떤 장르로 갈 것인지 ‘확실하게’ 결정하시는 게 순서일 것 같아요.
2.
-이 작품이 스스로 사이코패스라고 인식하는 (저에겐 산후우울증처럼도 보이는) 주인공의 심리를 따라가는 이야기라면, 그를 통해 주제를(육아, 강요된 모성 등) 드러내고 싶었다면… 작가의 의도는 성공한 것처럼 보여요. 이런 열어놓는 결말도 소설로서 의미가 있어 보이고요.
-다만 그렇게 되면, 이 작품은 스릴러가 될 수 없어요. 심리소설(?) 쪽이겠지요.
-열어놓는 쪽으로 가는 것도 찬성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주제를 좀 더 명료하게 드러내는 쪽으로 손 보셔야 할 듯해요. 처음 주인공에게 설정된 성격이, 인물과 사건을 만나 변곡점을 맞는데도… 엔딩에서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아, 주제가 잘 드러나는 건지 의문이예요. (제가 느끼지 못한 것일 수도)
3.
-반면 스릴러/서스펜스 장르를 쓰려고 하신 거라면. 중후반까지 쫄깃한 긴장이 깔려 있지만… 결말을 모호하게 처리함으로서 ‘결국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이야기가 되어버렸어요. 주인공의 내적 진폭과 작은 성찰(? 잔상?)만 남았을 뿐이죠.
-미스터리는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가?’를 푸는 퍼즐이고. 스릴러는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를 향해 달려가는 롤러코스터다. (제프리 디버)
-이 작품은 대가의 정의대로, 주인공이 앞으로 무슨 짓(?)을 할지 기대하게 하면서 긴장을 줘요. 그런 면에서는 스릴러처럼 보여요.
-하지만 유괴 사건, 그 범인이 놀이 선생인지, 아들과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주인공과 그와의 통화는 뭔지. 그리고 엔딩까지. 어느 것 하나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고’ 있어요. 그건 스릴러의 공식을 깨는 것이고. 그로 인해 작가에게도 독자에게도 모호하게만 느껴져요. 이건 (다른 댓글에서 언급하신) 살인의 추억의 열린 결말과는 다른 결이예요.
-다 읽고 제가 느낀 의문은 이거였어요… 작가는 정말로, 결말을 의도하고 열어둔 것일까? 혹시 깔아놓은 설정들을 봉합하지 못한 것은 아닐까…?
-스릴러가 되려면 독자에게 어느 정도 객관성을 유지하며 정보와 단서를 제공해야 하는데… 이 작품은 주인공의 주관적 시점에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예요. (나쁘다는 게 아니라 스릴러로서 균형을 잃고 있다는)
4.
-1.의 질문으로 돌아가… 작가가 장르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시작한 걸까요? 작가가 말하고 싶은 주제를 단지 ‘스릴러 형식’을 빌어 표현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요?
-다시. 어떤 장르로 갈지 확실하게 결정하시는 게 순서일 것 같아요. 저는 유니크한 심리 묘사와 진행으로 주제를 드러내는 것도 매력적이지만. 이 작품을 ‘명확한’ 스릴러로 완성하셔야 한다는데에 한켠. 아니 한표.
-수정에 대한 해답은 드릴 수는 없지만… 꼭 ‘명확하게 보여주는’ 수정을 해 보셨으면 합니다. 제가 읽은 한켠표 스릴러들에서 한번은 넘어야 할 산처럼 보이기도 하거든요.
(*마감치다가 쓰는 글이라… 많이 거칠어요. 양해를. 다른 때 더 이야기할 기회가 있겠지요. 항상 응원합니다!)
덧. 기리노 나쓰오의 아임 소리 마마는 번역되어 있어요.(황금가지 밀리언셀러 클럽) 제가 일본 작가는 잘 모르고 안 읽는데. 이 작가는 아주 힘이 느껴지는 여성 작가예요.
덧2. 아침에 다시 읽어보니 제 의도를 강요하는 것처럼 읽히는군요. 2에서 스릴러가 될 수 없다고 한 건 작가를 자극하기 위한(ㅋ) 표현이예요. 개인적인 의견일 뿐임을 참고해 읽어주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