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판타지 덕후 맘에 불 질러 놓고! 이것이 정녕 완결이란 말입니까? 비평 브릿G추천

대상작품: 오늘도 평화로운 도술학당의 일상 (작가: neptunuse, 작품정보)
리뷰어: 이유이, 3월 28일, 조회 65

이 소설 <오늘도 평화로운 도술학당의 일상>을 나는 제목에 이끌려 보기 시작했다. 도술학당이라니, 호기심을 유발하는 단어다. 더욱이 동양 판타지를 상당히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이라면 주저 없이 클릭하게 될 터. 초반부 흡입력은 상당했다.

<서양에 마법학교가 있다면 한국엔 도술학당이 있다>라는 도발적인 작품 설명을 뒷받침할 만큼 설정이 촘촘했다. MBTI의 특징을 바탕으로 나눈 것처럼 보이는 네 기숙사의 특징도, 학생들 사이 소소한 에피소드도 흥미로웠다.

1화 말미에 4컷 만화 보듯이 가볍게 즐겨 달라는 작가의 말이 있었는데 실로 나는 그렇게 즐겼다. 조금 더 영업을 해보자면, 에피소드 사이 사이에 ‘익명의 도술학당 학생’ 발언을 인용하던가 하는 식으로 ‘스레드'(혹은 댓글) 형태를 활용한 구간이 있는데 재치 있어서 좋았다.

 

 그렇다면 다 좋고, 좋고 좋으냐? 아쉽게도 아니다. 결말까지 다 본 입장에서는 아쉬웠던 점을 말하지 않을 수 없기에, 3가지 정도로 정리해 보겠다.

 

첫째, ‘중심 사건’이 없다. 

이 소설을 읽으며 가장 많이 떠올렸던 게 해리포터인데, 해리포터 역시 각 인물들 사이에 얽힌 개별 에피소드가 있지만 ‘큰 사건 줄기’가 분명하게 있다. 부모를 살해한 볼드모트와의 대립구도다. 저주의 한복판에서 발견된 해리가 호그와트에 입학하고 여러 미션들을 이행하면서 서서히 볼드모트와의 한 판 대결에 다가서고, 절정에서는 정말 제대로 정면대결을 벌인다. 큰 줄기는 해리의 영웅서사, 그 외에는 판타지스러운 에피소드가 함께해서 우리는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해리와 친구들을 응원하며 달릴 수 있었다.

이 소설의 경우 인물들이 많이 등장하고, 그 인물별로 매력요소도 잘 표현해 냈는데 앞서 말한 해리포터와 같은 ‘중심 서사’가 없어서 뒤로 갈수록 몰입감이 떨어졌다. 물론 개별 사건/에피소드가 다 다르게 구상되었지만, 결국에는 비슷하게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각 캐릭터 설정에 따라 움직이고 개개의 사건이 종결되는 형태가 반복되어 아쉬웠다.

4컷 만화 형태여서 갖게 되는 한계로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최근 드라마화된 ‘살인자 o난감’의 원작 만화도 4컷 형태로 이뤄져 있다. 허나 그 만화에는 중심 사건이 분명히 존재한다. 개인적인 취향일 수 있겠지만, 소소한 일상은 초반부 정도까지 이어지고 그 다음부터는 조금 더 몰입감을 올려줄 만한 중심 사건이 등장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

 

둘째, 인물들이 평면적이다. 

이 부분은 아마 ‘중심 사건’이 부재한 것과 연결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여러 인물 중에 초점을 두고 서술할 중심 인물을 정하고, 그 인물을 주축으로 풀어나갈 중심 사건이 결정된다면 그 다음에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그려낼 수 있게 된다. 똑같은 상황에 놓여도 성격에 따라, 겪어온 환경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며, 심지어는 ‘숨겨왔던 트라우마의 발현’으로 인하여 ‘마땅히 이렇게 행동하리라 여겼던 기대’를 배신할 수도 있다.

때로는 그 기대의 배신이 더 큰 재미를 선사하는 법이다. 이 소설에는 ‘기대의 배신’이 자리할 자리가 없어서, 인물들이 같은 패턴만 반복하는 게 아쉬웠다.

 

셋째, 마지막 화가 완결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이 소설은 ‘연재완결’로 분류되어 있는데 마지막 화를 읽고 난 뒤에 든 생각은 ‘이야기가 끝난 게 아니라, 끊겼는데?’였다. 478매에 달하는 분량을 흥미롭게 읽어 왔는데 끝이 없는 것 같아 아쉬웠다. 어쩌면 추후에 다시 쓸 것을 기약하며 잠시 맺어둔 것일 수도 있겠지만, 독자의 입장에서는 결말을 만나 보고 싶다.

 

세계관과 캐릭터들이 매력적이고, 설정도 꽤 잘 짜여져 있어서 출퇴근길 지옥철에서, 사무실 화장실에서, 귀가 후 집에서… 틈틈이 여러 날 동안 읽었다.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아쉬운 점도 리뷰로 남기고 싶었다.

통통 튀는 표현, 재치 있는 대사, 짧은 호흡과 긴 호흡을 자유로이 사용하는 문장력이 인상적이어서 더 술술 읽혔던 소설 <오늘도 평화로운 도술학당의 일상>. 도술학당이 도대체 무엇인지, 그 일상이라는 게 뭔지, 이 소설 뭐길래 이렇게 긴 리뷰를 썼는지 궁금하다면 지금 바로 소설 첫 화를 읽어보도록.

오호? 재밌는데! 하면서 몰입하고 있는 당신을 발견하게 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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