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꽃의 꽃말은 사랑입니다 의뢰 브릿G추천

대상작품: 여름밤의 제비꽃 (작가: kojoman, 작품정보)
리뷰어: 노말시티, 18년 1월, 조회 102

리뷰를 읽기 전에 먼저 소설을 읽어 보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짤막하고 잔잔한 글이니 부담없이 읽으실 수 있을 겁니다.

 

소설 전반에 제가 좋아하는 잔잔한 분위기가 흐르고 여동생과 여동생이 하고 있는 일이 무얼까에 대한 궁금증으로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습니다. 무미건조한 삶과 비상식/비일상, 그것을 극복하게 해주는 충격과 사랑을 연결시켜 가는 과정도 좋았어요. 다만 짧은 분량의 단편임에도 꼭 필요하지 않은 부분이 길게 서술되고, 독자의 입장에서 궁금한 부분은 그냥 생략되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작가님께서 리뷰를 의뢰하신 만큼 제 기준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중심으로 몇 가지 적어 보겠습니다.

전체적인 글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스포일러를 원치 않으신다면 뒤로 돌아가셔서 글을 먼저 읽으실 마지막 기회입니다. ^^

나는 평소 알던 선배로부터 자신의 여동생이 이상한 일을 하고 있으니 한 번 만나봐 달라는 부탁을 받습니다. 산에서 여동생을 만나기로 한 나는 약속 장소로 가다가 우연히 중간에 여동생을 만납니다. 여동생은 난쟁이를 찾고 있었고 함께 산을 걷던 둘은 난쟁이 대신 유성우를 만납니다. 유성우를 보고 감동한 둘은 다음에도 함께 난쟁이를 찾아 보자고 약속합니다.

여동생과 만나기로 한 장소가 밤 9시, 산 중턱의 정자입니다. ‘한밤중의 뒷산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어두워서 여태껏 느끼지 못했던 공포심이 머릿속에서 피어 올라왔다.’ 라고 직접 묘사하신 것처럼 쉽게 납득할 수 있는 약속 장소는 아니죠. 아마 우연히 유성우를 볼 때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라고 생각됩니다만 독자 입장에서는 선뜻 납득이 되지 않는 약속 방식에 의문이 남게 됩니다.

게다가 둘은 약속 장소에서 만나는 게 아니라 중간에 우연히 만납니다. 나는 상대방이 만나기로 한 여동생이라고 짐작하지만 여동생은 마치 그런 약속이 있었다는 걸 까맣게 잊은 것 처럼 행동합니다. 그렇다면 왜 굳이 둘이 만날 약속을 했다는 사건을 배치했을까요. 차라리 그냥 약속같은 것 없이 선배의 여동생을 찾기 위해 산을 헤매다가 우연히 만났다는 게 훨씬 간단하고 자연스럽지 않았을까요.

여동생은 산에서 난쟁이를 찾고 있습니다. 나중에 ‘귀신, 괴물, 외계인, 하물며 산타클로스라도 좋다’고 말하긴 하지만 여동생은 분명 ‘산’에서 ‘난쟁이’를 찾고 있었죠. 우연히 만난 나에게 난쟁이를 찾고 있느냐고 먼저 묻기도 합니다. 이쯤되면 독자는 왜 하필 ‘산’에서 ‘난쟁이’를 찾고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직접 묘사하셨듯, ‘난쟁이라는 것이 이런 산 속에 숨어 사는 생물이었던가, 하고 자문하면, 사실 그건 누구에게 물은들 고개를 갸웃거릴 내용’이니까요. 하지만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그 이유는 속시원히 설명되지 않습니다. 신비롭고 그럴 듯한 설명을 기대했던 독자라면 실망하겠죠.

산을 헤매던 둘은 유성우를 만나게 되는데요. 유성우의 등장이 좀 너무 갑작스럽습니다. 취향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저라면 이 유성우에 대해 약간의 힌트를 글 전반부에 두었을 것 같아요. 또한 실제로 존재하는 유성우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난쟁이를 대치하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유성우와 난쟁이에 약간의 연관성을 두었어도 더 재미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유성우가 있는 날이면 난쟁이들이 떨어진 유성을 찾기 위해 산을 돌아다닌다던가… 물론 이런 부분은 전적으로 작가의 권한이죠. 독자 입장에서의 상상이니 그냥 이런 생각도 하는구나 정도로 참고해 주셨으면 합니다.

또한 사소할 수도 있겠지만, 우연히 처음 만난 두 사람이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것도 아닌데 한 명은 존대, 한 명은 반말을 하는 게 거슬렸어요.

글의 제목이 여름밤의 제비꽃입니다. 글 속에서 제비꽃은 나오지 않죠. 제 리뷰의 제목을 제비꽃의 꽃말은 사랑입니다로 하였어요. 미리 알고 있던 게 아니라 대체 제비꽃이 왜 제목에 있을까 검색하다가 알게 되었습니다. 이 글의 주제인 사랑을 은근히 숨겨 두시려는 작가님의 의도는 좋아요. 매미의 비유도 그렇고. 난쟁이와 유성우, 심지어는 구미호까지도 모두 사랑을 비유하는 것들이겠죠. 이 정도 정보는 미리 알고 글을 읽어도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리뷰의 제목으로 하여 보았습니다.

무미건조하고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일상, 그 일상에 우연히, 아무 이유 없이, 상식을 벗어난 방식으로 찾아오는 사랑을 잔잔하게 묘사하는 글 전체의 분위기는 좋았습니다. 그 좋은 느낌을 몇 가지 사소한 요소들이 방해하는 게 안타까웠어요. 조금 다듬으시면 훨씬 더 좋은 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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