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서의 금서목록 의뢰(비평) 브릿G추천

대상작품: 도서관 사서 에밀리 힐덴베르크의 우울 (작가: BornWriter, 작품정보)
리뷰어: 최현우, 17년 10월, 조회 68

유명한 영국 드라마 시리즈 ‘닥터후’에서 매 시즌마다 빠짐없이 등장하는 대사가 있다. 주로 새로운 등장인물이 타디스 안에 처음 들어설 때 하는 말. ‘밖보다 안이 더 크잖아?’ 이 소설의 주된 설정도 이와 같은 발상에서 시작한다. 우리의 가련한 주인공 에밀리 헬덴베르크는 특정 책을 찾기 위해서는 도서간 안을 일주일동안이나 헤매야 하는 La biblioteko(스페인어로 ‘도서관’)의 유일한 사서다. 혼자서 말도 안 되는 규모의 도서관을 운영해야 하다 보니 그녀는 항상 어마어마한 격무에 시달려야 했고, 책 한권 찾아오는 일은 목숨을 건 탐험이나 다름없었다. 도서관을 찾은 고객에게 막말을 퍼부어도 별 탈이 없을 만큼 안정적인 고용조건인 듯하지만, 정작 자신은 이 일을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둘 수 없다는 투로 말하는 것으로 모야 모종의 노예계약이라도 채결된 모양이다.

이 소설은 단편으로 마무리되기 보다는 거대한 장편 소설의 서사 같다는 느낌이 드는데, 이는 작품 내 설정의 규모에 비해 사용되지 않은 설정이 많아서 생긴 것 같다. 새로운 설정을 접하고 ‘이 설정이 나중에 전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라는 의문을 품었던 독자들은 소설이 끝나고 그저 맥거핀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닫고 작은 허무함을 느끼지 않을까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주인공 에밀리 힐덴베르크는 미노타우로스의 배를 찢고 나오면서 로라의 화염마법을 피해 후다닥 뛰쳐나오게 된다. 이는 혹시 화재사고가 있었던 독일의 비행선 힌덴부르크 호를 상징한 것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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