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그러진 아름다운 공모(비평) 브릿G추천

대상작품: 만화경 눈의 아가씨 (작가: , 작품정보)
리뷰어: Narst, 17년 10월, 조회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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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쓰려고 다시 한번 봤는데 작품 분류가 ‘판타지, 로맨스’였군요? 저는 틀림없이 호러라고 생각했는데.

이 작품은 아름다운 보석 세공을 즐긴다는 귀족적이지 못한 귀족이 아주 어여쁜 아가씨와 만나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입니다(?)

작품에 대한 감상을 말하면,

정말 읽으면서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문장이 아주 단단하다고 할까 되게 탄탄했습니다. 외국 단편 소설을 읽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귀족 보석 세공사이 주인공인만큼 보석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나오는데 자료조사가 정말 잘되있습니다. 주인공이 보석으로 작업하는 모습을 생생히 떠올려주고 주인공의 설정을 확고히 해줍니다.

그리고 여주가 처음부터 끝까지 보석을/부를 사랑한다는 자세를 일관되게 유지한 것도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안타까운 처지로 인해 돈을 밝히는 여주는 후에 남주에게 계몽되는 게 흔한 전개잖아요? 하지만 여주는 주인공을 사랑하면서도 그의 보석을 사랑합니다. 그런데 작가님이 이를 긍정적으로 생각하신 건지 모르겠습니다. 아리따운 루신다양은 결국…

단편답게 딱 필요한만큼의 인물들을 등장시켜 최대한 활용하신 것같습니다. 추측형인 이유는 제 실력이 그리 뛰어나지 않아서구요. 이렇게 느낀 이유가 친구 알프입니다. 알프는 자칫하면 남주와 여주를 이어주는 다리역할로 끝나버릴 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알프는 마지막 장면의 충격을 늘리는데 큰 기여를 합니다. 주인공이 알프에게 이 아름다운 목걸이를 보라며 들이대는 장면으로 주인공이 자아내는 기괴한 분위기가 배가 됩니다. 특히 알프는 작중 가장 평범한 인물이기에 마지막 장면에선 주인공보다는 알프의 입장에서 보게되서 더더욱 효과적이죠.

또 주인공이 그저 미치광이가 아닌 그 나름의 개연성을 가지게 한 부분도 좋았습니다. 초반부의 가벼운 어조로 묘사된 소외되고 이해받지 못하는 모습이 마지막에 열등감과 인정욕구으로 폭발하는 장면이 인상으로 다가왔거든요. 이 때 주인공의 심정이 이해가 되면서도 무섭기도 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다만 몇몇 아쉬운 점들은,

1. 단편의 마지막 장면이 임팩트가 좀 약하게 느껴졌습니다.

제가 느끼기에 가장 중요한 장면은 여주를 작업실에 데려가서……보석먹걸이를 만드는 이 일련의 과정입니다. 작가님께서 충격을 주려 의도하신 부분은 알프에게 목걸이를 들이밀다 진실을 깨닫는 장면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초반부애 유모가 흑마술사였다는 언급으로 이 세계는 현실과는 다르며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가능성이 열렸죠. 그리고 눈이 보석으로 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오죠. 이로써 슬그머니 여주의 눈이 정말 보석일 가능성이 제시됩니다. 독자의 이 생각은 주인공이 여주의 눈을 가공할 때까지도 유지됩니다. 왜냐하면 작업실에 가서 여주에게서 보석을 빼내는 작업도 너무나 쉽게 일이 끝나지요. 비명 한 번없이. 그래서 독자는 ‘진짜 이 여자 눈이 보석인가?’하는 생각이 들게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알프의 비명과 함께, 또는 주인공과 함께 진상을 깨닫게 되죠.

그런데 제가 진상을 이해했을 때 든 생각은 ‘아, 그냥 눈이었구나. 이 친구 역시 맛이 갔었네’ 정도였습니다. 큰 충격은 없었습니다. 사실 주인공이 여주의 눈이 보석이라고 하는 게 비유인지 진짜인지도 긴가민가했거든요. 목걸이에 건다는 말을 듣고 비유는 아니겠구나 싶긴 했지만. 충격이 적었던 이유는 아마 여주의 눈이 보석일 리가 없다는 가능성이 너무 크게 다가와서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주인공도 유모의 이야기를 믿지 않았다고 했죠. 그러니까 그 세계에선 흔한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주위 사람들은 보석의 눈에 대해 일언반구 않습니다. 그래서 자연히 평범한 눈이란 생각이 들었고 주인공이 눈을 찬미하는 형용사로 보석을 택했다는 인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주인공이 왜 자신에게만 보석눈이라는 걸 알 수 있는지 설득력있는 자기합리화를 했다면 달리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네요.

2. 이미 주인공은 자신이 범죄/악행을 저지르는 것을 시인합니다. 스토리 구조상으로 당연한 이야기죠. 그런데 이로써 루신다의 눈이 보석이 아니라 평범한 눈이었다는 사실이 조금 작아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작중에서 주인공은 루신다와 마찬가지로 이용해먹을 생각으로 접근했지만 사랑에 빠지게 되죠. 그래서 읽는 입장에서는 주인공이 루신다를 죽이기로 결정하는 장면에 시선을 뺏기게 됩니다. 진짜 해? 진짜 해? 하며 읽었습니다. 그리고 작업실에 가서 콱 하고 루신다를 쓰러뜨리는 장면에 가자 그동안 내가 느낀 갈등에 비해 너무 허무해!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고나니까 루신다의 눈이 보석이 아니라는 사실은 그리 중요하게 느껴지질 않더라구요. 이미 루신다는 죽었고 주인공은 나쁜 놈이야. 그런데 루신다 눈이 보석이 아니었다고 하니 주인공은 나쁜 놈에 맛까지 갔어. 이런 느낌이었던 것 같습니다.

뭔가 긴 불평을 늘어놓았지만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주인공이 눈알 달린 목걸이를 흔들어댈 걸 상상할 때 느낀 뒤틀림이 선명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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