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인접한 국가들과 비교하면 귀신 혹은 요괴의 종류가 많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만, 그 중 독특하고 어디의 귀신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 한국 귀신의 자존심이 있다면 역시 수귀, 즉 물귀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우리가 절대 멀리 할 수가 없는 물가에 사는 귀신이고 한 번 잡히면 절대 빠져나갈 수가 없다는 점도 무서운데 다른 귀신들과는 달리 오직 사람을 죽이는 것이 목표인 귀신이니 소름이 두 배로 올라올 수 밖에 없습니다.
이제는 누구나 알고 있는 수귀의 특징 중, 가장 섬뜩한 건 역시 자신이 죽은 자리에서 벗어나려면 다른 사람을 죽여서 그 자리에 두고 가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합니다. 이 작품 또한 그런 수귀의 공포 포인트를 잘 살린 재미있는 단편 소설입니다.
날도 후덥지근하고 한 번 더우면 37도에 육박하는 녹기 직전의 폭염이 반복되다보니 계곡이던 바다건 간에 어디라도 일단 물에 담그고 말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는 계절입니다. 뻔하다 뻔하다 하면서도 공포와 관련된 소설, 영화, 웹툰이 있으면 안 보던 사람까지 한 번 들여다 보게 되는데 그 중에서도 물귀신이라는 소재는 특히 여름과 잘 어울리는 한 쌍입니다. 그래서 조금 뻔할 수도 있는 주제를 좀 더 신선하게 보이기 위해 작가님은 약간의 모호함을 섞으셨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작품의 매력 요소가 되었다고 봅니다.
자꾸만 사고가 나는 계곡, 그 곳에서 오래 머물며 장사를 하던 주인공은 계곡에서 물놀이 사고로 죽을 뻔한 사람들에게서 보이는 공통적인 특징을 발견하게 되면서 그저 오래된 괴담 정도로만 생각했던 수귀의 비밀스러운 모습들을 자신도 모르게 자세히 들여다보게 됩니다.
앞서 작품의 장점이라 했던 모호함은 이야기 전체를 애매하게 흐려 놓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작품의 전개와 결말은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고 후반부까지 이어지는 흐름도 매끄러운데 독자들이 스스로 상상하고 생각해내야 포인트가 곳곳에 존재합니다.
추리 소설로 예를 들자면 탐정이 성별, 나이 옷차림까지 전부 알려주고선 범인의 이름만 모르는 척 하는 모양새입니다. 이 작품이 추리 소설이라면 약이 오를 수도 있겠지만 여기서는 자꾸만 애매하게 표현되는 그것을 스스로 상상하다 보니 왠지 더 섬뜩함이 밀려오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됩니다. 작품의 주인공은 편의점 사장 또한 상상이 깊어지다 결국 상상하기도 싫은 무서운 결론에 이르게 되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작품을 읽는 우리도 그랬을 것이고 그런 점이 이야기를 더 무섭고 재미있게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공포물은 장편보다 단편이 더 매력적일 수 있는 장르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작품을 읽을 때마다 제 생각에 확신이 더 생기네요. 호러는 ‘짧지만 강한’ 이라는 표현에 가장 장 어울리는 장르이고 이 작품 또한 그렇습니다.
브릿G의 독자 여러분들께 추천하기에 부담이 없다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이 작품은 여러분의 시간을 많이 뺐지는 않겠지만 여운을 꽤 오래 남을 겁니다. 짧지만 임팩트가 강한 작품입니다. 피서를 떠나는 길에 읽어보시면 더욱 좋겠네요.
목적지가 그리 깊지도 않은데 사고가 자주 나는 어느 계곡이라면 그보다 좋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