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복절도 사이다 랩 같은 감상

대상작품: 나의 비혼식 (작가: 한켠, 작품정보)
리뷰어: herrage, 17시간전, 조회 6

전일도가 등장하는 탐정 소설 연작에서 사실 이번 작품은 탐정 소설 포맷을 벗어나 있다고 할 수 있다. 전일도는 여기서 미스터리를 해결하거나 사건 추리를 하는게 아니라 ‘예외적으로’, 축의금을 회수를 원하는 의뢰인을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오빠와 의뢰인이 결혼해서 캐릭터가 확장시키며, 재미를 발생시키는 쉬어가기 코너 같기도 하다.

대한민국에 사는 30-40대 ‘이성애’ 여자들에게 공감과 쾌감을 팍팍 날리는 재밌는 소설. 읽으면서 속이 시~원했다. 이야기의 만듦새나 메시지를 다 떠나서 그것만으로 존재 가치가 있지 않나 싶다. 세태에 대한 투명하고 똑부러진 묘사, 자기 주관이 있으면서도 결국 사회에 타협하고나서 한껏 억울해하는 인물들의 속사포 대사 때문에 80박완서나 장류진 작가가 잠시 떠오르기도 했다.

그런데 공감과 쾌감의 끝은 의외로 조금 허무했다. 그래 그렇지. 우리는 다들 이런 경험을 적지 않게 했지. 이게 뭔지 알지. 아 진짜 짜증나. 여자들끼리 모여 서로 다 털어놓고 나면 늘 후련하고 가벼워지는데 그것이 우리를 더 나은 곳으로 이끌어주진 않았다는 것을 시간이 지나고 나서 깨닫곤 했다. 나는 이런 이야기들을 어쩌면 이미 너무 많이 읽고 얘기하고 고민해서 좀 질려버렸는지도 모르겠다.

가끔씩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들어가서 이런저런 게시물을 읽는데, 그 때 기분과 비슷하기도 하다. 블라인드 게시물은 그저 호기심에서 보는 건데, K-직장인이 아니어서 관찰자로서 그네들의 희로애락을 읽어본다. 간접 경험. 특히 연애/결혼/육아 게시판에는 억울하고 황당하고 힘들고 쪽팔렸던 사연들이 펼쳐져 있다. ‘쓰니’는 독자의 의견을 묻기도 하고, ‘제가 이상한 건가요?’하고 확인을 바라기도 하며, 댓글에 뛰어들어 토론을 이어가기도 한다. 한참 그것들을 읽고 나면 세태를 조금은 이해한 듯한, 세상 돌아가는 보통의 모양을 나도 좀 알게된 것 같은 이상한 충족감을 얻는다. <나의 비혼식>은 내게 그럴 때와 비슷한 감각을 줬던, 하이퍼 리얼리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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