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가락을 듣는 것 같아요 감상

대상작품: 출산열차 1301호 (작가: 금서니, 작품정보)
리뷰어: herrage, 1일전, 조회 6

2024년 저출산 시대 버전 판소리 타령을 듣는 것 같았습니다~! 경쾌하면서 묘하게 구수한 문체와 티키타카 대화에서 발생하는 리듬감…..분량이 짧은 데도 읽으면서 서사가 상상이 잘 되는 편인데, 아마도 한국어 독자 대다수가 공감할 저출산 이슈, 지하철 풍경, 이상한 시설 수출하기 (원전vs출산열차) 덕분이겠죠. 다른 사회 이슈들도 이와 같은 작법 스타일로 써서 시리즈물을 만들어보시면 그 미학이 더 돋보일 것 같습니다.

다만 이 풍자 소설이 가장 비틀어 보는 대상이 어디/누구인지, 그 의도가 뭔지와 관련해선 좀 찜찜하네요. 다 늙어 자기 몸뚱이 하나도 거추장스러운 늙은 할머니까지 임신시켜야 하는 설정의 의도랄지, 임산부 석이 비어있을 때 거기 앉는 사람들(대부분 여자)에 대한 비난어린 시선이라든지. 남성의 말투를 한 일본 총리와 한국 대통령이 여성의 몸/노동/자유의지에 무관심한 대화도 읽으면서 걸렸어요.

아마 작가님의 주관과 제 생각이 달라서 느끼는 이질감인 듯 합니다. 저출산으로 국가가 소멸되는 것이 왜 문제인가? 이것이 문제라는 사회적 합의는 있는가? 있다면 문제 해결 방식이 무차별적으로 우악스럽게 여성(삼신할머니)이 여성에게 임신 노동을 시키는 것 뿐인가? 임신을 원치 않는 여자들에게 이 현상을 어떤 의미인가? 저는 이런 부분을 섬세하게, 혹은 날카롭게 파고들고 풀어내는 이야기를 기대하는 독자인 것 같네요.

풍자소설이 사실 잘 쓰기 어려운 장르인 것이, 너무 메시지를 담으려 하면 재미를 잃을 수 있고 가볍게만 쓰면 공허하고, 미러링에만 치중하면 결국 풍자하는 현실과 다를바 없어지기 때문인 듯 해요. 이런 부분을 염두하시고 또 퇴고하시다 보면 더 멋진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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