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칭 화자가 독백 형식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단편 소설이다. 평소 로맨스는 잘 안 읽고 호러를 선호하는데 오늘따라 좀 센치해졌는지, 로맨스가 가미된 미스터리가 읽고 싶어서 골랐는데, 처음 접한 문장부터 나를 사로잡았다.
화자는 연예 기사를 다루는 잡지사에서 근무하는 기자인데, 일명 “미영씨 사건”에 대해 설명을 자세히 이어나간다. 미영씨는 “M2S”의 열성적인 팬이다. “M2S”는 12명으로 이루어진 남자 아이돌 그룹이다. 그러면서 화자가 그룹에 대해 설명을 해주는데, 읽으면서 작가님이 아이돌 산업의 운영 방식이나 생태에 대해 잘 알고 계시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런 디테일 덕분에 읽으면서 현실성이 더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M2S”에는 여타 아이돌 그룹과 차별되는 특이한 점이 있는데, 바로 팬들을 상대로 투표해서 리더를 정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정해진 리더가 새 앨범을 이끌어 간다. 선거 관리는 각 멤버의 팬클럽 회장들이 기획사와 같이 하는 시스템이다. 투표율이 너무 저조한 멤버는 방출되고 새로 채워지기도 한다.
실제로도 이렇게 운영되는 케이스가 있는지? 아이돌이나 연예계에 관심이 없어 잘 모르겠지만, 이러한 컨셉이 내게는 매우 흥미롭게 다가왔다. 어떻게 보면 상당히 영리하고 효과적인 상술처럼 여겨지기도 하고, 실제로 이런 식으로 시스템이 돌아갈 때 수반될 여러 가지 부작용들이 짐작되어 위험하고 섬뜩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예전 티브이에서 보았던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떠오르면서, 그러한 경쟁을 조장하는 자본주의 산업 시스템을 고발하거나 풍자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이 이 소설의 매력 포인트이고 작가님께서 착안하신 부분이 아닐까, 조심스레 짐작해본다. 비록 마지막 결말이 그런 식으로 나게 될 줄은 전혀 짐작하지 못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설정이 매우 흥미로웠는데 너무 빨리 끝났다고 해야 할지 이야기가 진행되었다고 해야 할지, 여하튼 그런 인상도 좀 받았다. 소설 중간 중간에 이런 저런 디테일들이 있었는데 과연 그것들은 무슨 의미였는지, 어떤 장치나 복선이 있었는데 내가 이해를 못한 것인지도 궁금하다.
마지막 결말을 포함해 크고 작은 의문점들이 뇌리에 남는 소설인데, 아마도 작가님께서 일부러 의도하신 것 같기도 하다. 모든 게 분명하게 밝혀지는 소설들도 많이 있으니까, 때로는 이런 결말도 좋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런 게 바로 미스터리의 묘미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