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일은 사소하지 않다 감상

대상작품: 촉수 엄금 (작가: 루주아, 작품정보)
리뷰어: JIMOO, 5월 27일, 조회 24

*이 글은 리디북스 전자책으로 읽고 쓴 황금가지 앤솔러지 <연차 촉진 펀치>의 서평단 참여 리뷰 글 일부입니다. 

 

[ 이대로 살아갈 수는 없다. ]

봉준호 감독님의 영화 <괴물> 도입부가 떠오르는 단편이었다. SNS 인플루언서 A씨가 촉수라는 상품을 파는 것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하수구에 아무렇게나 촉수를 버린 일은, 많은 비가 오면서, 나비 효과가 되어간다. 재앙을 일으키게 촉수들을 모르고 많은 사람에게 상품을 사달라고 홍보하던 A씨는 어떻게 될까?

[ 비가 내리는 건 사소한 문제였다. 문제는 비가 고인다는 것이다. 하천을 통해 빠져나가는 양은 매우 적었다. 도로에, 지하에, 사방에 물이 스며들었다. ]

내가 구매하는 물건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무슨 위험을 초래할 있는지 하나하나 세세하게 고민하며 살아가는 소비자는 얼마나 있을까? 소비자는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이득에만 몰두하다 세상을 해롭게 만드는 최악의 결과를 퍼트리는 것에 일조하기도 한다. 

사소한 문제였다. 시작은 그랬다. 결과는 사소하지 않았다. 문제들이 불러온 피해 역시 그렇다. 일이 일어나기 전에는 그럴 없다고 웃어넘길 있을지 모른다. 설마 그럴 줄은 몰랐다고. 그렇지 않냐고. 어떻게 그런 것까지 신경 쓰고 사냐며. 삶이 바빠서 생각할 시간 같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간과하며 살아가다 

일이 터지고 나서 

쉽게 수습할 수 없다는 

사실을 항상 뒤늦게 깨닫는다. 

미리 예방하지 않으면 무엇을 상상하든 이상의 거대한 최악을 맞게 것이다. 처음에는 방관자로서 안전할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심각한 일이 일어나 버리고 나면 구매자에 불과했을 소비자는 다른 피해자가 있다. 그렇지 않은 것처럼 보여도 세계는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머리가 아프더라도 행동으로 이어갈 있는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같다. 사람 사람의 영향력으로부터 우리는 결코 자유로울 없다. 

A씨는 생각 없는 소비자였고, 적극적인 확산자이다. 자기 행동이 불러온 심각한 결과를 처음으로 마주하게 되고 위기를 통해 마음을 바꾸어 먹게 되며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행동하는, 내면에 극적인 변화를 맞게 되는 이야기이다. 일상적인 소비 행위의 수면 아래 감추어진 많은 문제에 대해 떠올려 본다. 뉴스를 보며 여러 사건을 전해 들으면서 그간의 소비 행동이 무분별하지 않았나 하는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 문제를 인식하면서도 복잡해지고 싶지 않아서 깊게 생각하기를 외면하는 것이 부끄럽지만 나의 현실이다. 

우리가 무심하게 사는 물건이, 나와 타인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어떤 재앙을 불러올 있는지. 애초에 어떻게 만들어진 물건인지. 만들어지는 과정과 쓰이는 과정, 버린 이후에도 해를 끼치는 문제는 없는지. 구매 행위에 대해 생각하라며 경각심을 주는 내용이었다.

[ 사람들은 가장 만만한 것들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책임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주도했던 사람들이 가장 큰 SNS의 광장으로 끌려 나와 온갖 욕설을 맞고 있었다. 마치 그래도 된다는 듯이. 아니 그래야 한다는 듯이. 사람들은 SNS의 광장에서 누군가를 공격하는 것만으론 만족하지 않았다. ]

문제가 생기면 생산자의 비양심만을 욕할 것이 아니다. 얘기가 아니다. 나에게도 적용되고 포함되는 중요한 이야기였다. 정말 어쩔 없는 어쩔 없더라도, 무엇이 맞고 틀렸는지 본질적 고민에 질문을 던지자. 파편화된 사회적 현상을 하나의 정보로 모아서 연결할 있으려면 꾸준하고 성실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같다. 어렵다. 그래도 하지 말아야 것이 있다면 알아야 한다. 실천할 있는 행동은 문제를 인식하고 자각하는 작은 생각, 미묘한 불편감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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