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브릿지에서 여러 소설을 읽으면서 작가들의 필력에 단 한 번도 예외없이 매번 감탄했다.
왜 이렇게 다들 잘 쓰는 거지? 프로인가?
되돌아보니 실제로 프로 작가의 글도 다수 포진해 있긴 했다.
아무튼 이 작품 또한 그런 기분을 느끼게 했다. 담백하고 가독성 높은 문장과 지루할 틈이 없이 전개가 이어져서 순식간에 다 읽었다.
개인적으로 작품을 읽으면서 느끼는 재밌었다라는 감상을 중요시 하기 때문에 이 작품에 대해서는 주관적으로는 불만을 느끼지 않았다.
다만 이 작품이 이번 타임리프 공모전 응모작으로 보였고, 그래서 누군가가 나에게 이 작품을 공모전 당락을 점쳐 보라고 말했다면 예심 통과는 너끈해도 당선은 어려울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릴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생각을 하고 보니 작품의 장단점이 선명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앞서 말한 장점으로 인해 이 작품은 흡인력이 높다. 맛있는 음식이라도 먹기 불편하게 되어 있으면 맛을 느끼기 어려운데, 이 작품은 반대로 술술 잘 넘어가서 덩달아 맛도 좋게 느껴지는 경우일 것이다.
그러나 내용 하나하나를 뜯어보자면 중요한 국면에서 상투적인 전개만 이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1.남편이 은행털이 중에 실수로 사람을 죽였다.
2.하필 유달리 마음이 유약한 남자라 몇 달씩이나 일도 못 할 정도로 멘탈 회복을 못 해서 부부 사이에 금이 갔다.
3.남편은 바람 피는 거냐는 지적을 받으면서도 오해를 풀지 않는다.
4.남편은 주인공의 생일 서프라이즈를 준비했지만 굳이 그 날에 의자를 부순다.
이렇게 나열해 두면 허접한 작품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읽어보면 저 단점들이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
우선 1, 2번까지는 상투성이 남발되지는 않은 시점이라 허용 가능한 수준이다.
3번의 경우, 어쨌든 글을 읽는 시점에서는 바람을 피는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없어서 결말까지 읽어야 상투성이 드러난다.
4번 또한 결말을 읽기 전까지는 상투적임을 논하기 어렵다.
이렇듯 결말을 읽기 전까지는 남발된 상투성이 크게 부각되지 않는 구조이다.
그리고 폭탄 돌리기 끝에 폭탄이 터지게 되는 결말에서는 소설의 클라이맥스의 임팩트로 독자의 눈을 속인다.
사실 클라이맥스도 상투적이긴 하지만 어쨌든 그간 흡인력 있게 내달려 왔기 때문에 “연극적이지만 괜찮네”라는 느낌이 들어 딱히 불만은 생기지 않았다.
그러나 완독 직후의 여운을 배제하고, 작품을 평가하는 시점에서 작품을 살펴보기 시작하면 그때는 상술한 단점들이 눈에 밟히기 시작한다.
그래서 재미로는 합격이지만 비슷한 재미의 여러 작품과 경쟁하는 상황에 놓인다면 이 작품은 우선적으로 탈락시킬 만한 결함을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1~4번의 문제점 외에도 날아가 버린 복선이라든가 여러 단점이 산재해 있는데, 그 부분들은 따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기 보다는 작품의 전개가 상술한 상투적인 전개에 끼워서 맞춰지다보니 생기는 문제라고 봐서 따로 하나하나 짚지 않아도 될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