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과 질문이 많은 SF소설 공모(비평) 브릿G추천

대상작품: 추방 (작가: 적사각, 작품정보)
리뷰어: 향초인형, 3월 30일, 조회 47

분량 면에서 압도당하는 기분이라 처음 시작은 부드럽지 않지만 몇 번의 고비를 넘기니 전체 이야기 짜임이 한눈에 들어오는 소설이었다.

소설의 공간적 배경은 돔이라는 갇힌 세계와 위험이 난무하는 언덕 너머 경계라 불리는 장소이다. 안드로이드들은 돔이라는 갇힌 세계에서 죽은 듯이 삶을 영위하고 있다. 그 중에 경계는 호기심을 가져서도 안 되는 금지의 땅으로 그곳에 관심을 두면 추방당한다는 규칙이 있다. 주인공 드벤은 자신이 무엇에 특화된 안드로이드인지도 모른 채 그저 세례라 불리는 의식으로 에너지를 충전하고 굴에서 참회를 드리는 일과가 전부인 삶을 탈출하고자 한다. 그래서 돔에서 유일하게 판단하는 자로서 규칙을 만든 스티스의 명 대로 경계로 기꺼이 추방당한다. 드벤은 그곳에서 이전 세대의 안드로이드인 솔라오를 만나 철폭풍 때문에 망가진 몸을 수리받으면서 대화를 나눈다. 그 과정에서 스티스의 명분에 의문을 가지게 되고 추방당한 이는 돌아와서는 안 된다는 규칙을 깨고 돔 안의 안드로이드들의 의식을 깨우기 위해 솔라오와 같이 돔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스티스가 숨기고 있던 인간들의 행방 같은 이전 역사와 절대규칙의 존재 이유를 듣게 된다.

이 소설은 드벤의 목소리를 통해 작가의 목소리가 분명하게 전달되는 소설이다. 드벤이 금지된 세계로의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오면서 그 전에 몸담았던 세계의 비밀을 밝혀내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크게는 드벤과 스티스 사이의 갈등이 돔의 비밀과 함께 맞물리면서 전개된다. (돔과 스티스의 비밀은 소설을 통해서 직접 확인하시길 바란다.) 많은 이야기들 속에서 안드로이드들의 목숨의 가치가 인간을 위해 희생되어도 좋을 만큼 가벼운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규칙 안에 엎드려서 목숨만을 유지하기 위한 삶이 삶으로서 의미가 있는지를 주인공을 통해 끊임없이 묻고 있다. 또, 다른 세계에 대한 선택과 자유가 주어지지 않는 삶이 진짜 죽은 삶이 아니냐는 작가의 의도도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이야기를 조금 더 확장하자면, 금지된 세계로의 관심,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알고자 하는 욕망이 소설의 동기가 되어 축을 만들어가고 있다. 인간에게 무언가를 알고자 하는 욕망은 밥을 먹는 것만큼이나 익숙하고 기본적인 것으로 모든 활동의 근본적 욕구이다. 단적으로 말하면 소설을 읽는 행위도 그 중의 하나이다. 알고자 하기 때문에 규칙을 깨뜨리고 위험을 감수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결코 가볍지 않은 여러가지 생각들을 한 번씩 다 건드리고 있다. 그래서 가볍게 읽으려고 해도 결코 가벼워지지 않는다. 가볍게 다가오진 않지만 대신 읽고 나면 웅장한 영화 한 편 본 기분이 들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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