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記憶, Memory.
사전을 찾아보면 의외로 다양한 정의가 등장한다.
1.이전의 인상이나 경험을 의식 속에 간직하거나 도로 생각해 냄.
2.사물이나 사상에 대한 정보를 마음 속에 받아들이고 저장하고 인출하는 정신 기능.
3.계산에 필요한 정보를 필요한 시간만큼 수용하여 두는 기능.
<해피 메모리 투게더>는 기억을 주요 소재로 다루는데, 여기서 등장하는 기억은 위에서 언급한 정의 중 1번과 2번을 기반으로 했다고 보인다. 잊고 싶지 않은 소중한 사람의 기억을 나에게 이식해서 평생 떠올릴 수 있다면? 갑작스럽게 이별을 맞이한 사람들에게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가족, 연인, 자녀, 반려견 등 소중한 상대방들을 기억으로나마 다시 만날 수 있다면 기꺼이 대가를 치르겠다는 사람들도 넘쳐나지 않을까? 사실 나도 그런 사람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소운이 사는 세계는 기억 이식, 세계관에 따르면 마인드 업로딩이 가능한 세계다. 간절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불법 마인드 업로딩도 기승을 부리는 세계기도 하고. 소운은 불법 마인드 업로딩 범죄를 수사하는 경찰이다. 수사를 시작하며 불법 시술소에서 강제로(?) 마인드 업로딩을 당하게 되는데, 여기서 주입당한 휘인의 기억은 소운에게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사랑을 가장 강렬하게 재현해낼 수만 있다면, 그곳이 천국이 아닌 지옥일지라도 누군가에겐 영원한 안식처가 되어주리란 것을.
그리고 자신 또한 그 일부가 되어버렸다는 것을 말이다.
타인의 기억을 내가 갖고 살아간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남의 기억을 엿보고 있다는 죄책감과 동시에 타인의 가장 내밀한 곳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는 은밀한 기쁨이 동시에 들지 않을까.
휘인과 공통적인 기억을 공유하게 된 소운이 아마도 이런 양가감정을 느꼈으리라 생각한다. 한 사람의 기억을 볼모로 한걸음 더 내딛을 수 있었을텐데 선을 넘지 않고 발걸음을 붙든 소운의 자제심에 그저 박수를 보내고 싶다.
지금 내가 살아가는 세계도 기술이 무섭게 발달하고 있으니만큼 마인드 업로딩을 조만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날이 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맞닥뜨리기 전까지는 모를 일이다. 내가 과연 소운처럼 선을 지킬 수 있을까?
은은한 여운이 계속 감도는 소설을 읽고 싶다면 한번 읽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