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부터 꾸준히 내려오던 사람들의 욕망 중 하나는 바로 미래를 알고 싶다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나의 미래든, 타인의 미래든, 한 국가의 미래든 관계 없이. 어떤 것의 미래를 알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얼마나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는지는 입이 아프도록 말하지 않아도 다들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특히 내 미래가 앞으로 어떨지 미리 알고 있다면 어떨까. 지금 하고 있는 고민이 눈녹듯 사라지지 않을까? 특히 확실하게 진로가 정해지지 않은 학생들이나 취업준비생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미래를 알 수만 있으면 지금 이렇게까지 마음이 고통스럽지는 않을텐데’라는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아이클에서는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대상인 것도 아니고 정확하게 미래를 알려주는 것도 아니다. 제공되는 서비스는 물론 패키지별로 다르지만 큰 측면에서 바라보면 서비스의 요지는 동일하다. 대상 학생과 관련된 종합적인 데이터를 수집하여 미래가 어떨지 시뮬레이션을 해보고 그 결과를 알려준다는 것. 학생들은 어떨지 몰라도 자녀가 앞으로 어떤 미래를 맞이할 지 신경을 곤두세우는 부모들에겐 상당히 매력적인 서비스가 아닐까?
희선의 부모도 마찬가지 생각인지 아이클에서 제공하는 최고급 패키지를 신청해 딸인 희선에게 붙인다. 서울대 의예과에 진학시키기 위해 철저히 희선을 관리하는 부모님에게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인 ‘미래’의 등장은 참으로 기꺼웠을 것이다. 그 당사자인 희선은 전혀 아니올시다였겠지만.
미래의 철저한 데이터 수집 과정에서 희선은 약간이나마 미래와 마음을 나눈다. ‘내 미래’라며 단발로 머리를 잘라놓는다거나, 기숙형 관리학원을 빠져나와 서핑을 하러 가거나 하면서(물론 서핑을 하러 가는데는 데이터 수집이라는 명분이 있긴 했다). 특히 결말에서 미래가 보여준 반응은 희선과 미래 사이에 미약하게나마 무언가가 있었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결말에서 미래는 희선에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충고를 해준다. 미래가 희선과 지내며 쌓아온 기억이 그런 충고를 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표면적인 결과는 고객인 부모들이 듣고 싶어하는 말이었지만, 미래가 희선에게만 따로 이야기해준 결과는 달랐다. 사실 사람은 무척이나 복잡한 존재기에 인공지능이 분석한 데이터로 내 미래를 결정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사람은 바뀌지 않는 듯하면서도 끊임없이 바뀌는 존재기에, 그 당시에는 인공지능의 판단이 옳았을지 몰라도 현재는 다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희선이 바라던 길을 어떻게 하면 갈 수 있는지 실질적인 방법을 제시해준 미래를 보면 정말로 아이클 사에서 광고하는 것처럼은 아니지만 다른 방식으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미래-75u77의 기억’을 가진 희선이 앞으로 무엇을 선택할지는 전적으로 본인의 손에 달렸다. 미래의 기억을 가진 희선이 어떤 길을 걸어가게 될지 궁금하지만 왠지 알 것 같다. 희선은 앞으로 그 길을 걸을 때 미래의 기억을 갖고 걸어가겠지.
미래의 기억이 희선에게 버팀목이 되어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