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이 나락으로 갈 때 당신, 웃고 있나요?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제목을 모르는 시집 한 권을 찾고 있습니다. (작가: 목림, 작품정보)
리뷰어: 이유이, 23년 4월, 조회 23

차분한 문장력이 호소력 있는 소설이었다. 리얼 연애 버라이어티쇼를 통해 주목 받기 시작한 배우 지망생 영현이 사생활 폭로로 몰락할 위기에 처했을 때 그녀를 도와준 방송작가가 이 소설의 화자다. 내용은 간단하다. 제목을 모르는 시집 한 권, 그 시의 구절을 가지고도 뛰어난 연기를 해내는 배우 지망생 영현, 사생활 폭로로 연기 생활을 끝나지 않게끔 프로그램을 통해서 이미지 세탁을 도와줬지만 또 한번의 몰락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주인공인 방송작가가 영현을 빛나게 보여줄 ‘시집 한 권’을 찾는 블랙코미디다.

벌어진 일은 돌이킬 수 없다. 시간을 돌린다는 건 판타지에나 나오는 일이다. 헌데 이따금은 되돌리고 싶고, 실수 한번이 그 사람의 인생을 망치는 것만은 보고 싶지 않다. 주인공 작가는 그런 사람이다. 본인이 갖고 있는 위기 타개 능력을 활용하여 꽤 많은 유명인들의 이미지를 세탁했고 그 과정에서 뿌듯함을 느꼈다. 있는 사실 가운데 부풀릴 것은 부풀리고, 없앨 것은 지워야 할 것은 삭제하면서 진행하지만 결코 ‘거짓’은 말하지 않았다. 말하자면 잘 정제된 ‘진실’들의 나열이었을 뿐이다. 어차피 사람들은 ‘진짜 진실’에는 관심이 없다. 보고 싶은대로 보고, 듣고 싶은대로 들을 뿐이다.

이 소설의 화자가 영현이 아닌, 방송작가여서 좋았다. 또한, 도입부에 꽤 많은 분량을 할애하여 영현이 어떠한 사람인지 에피소드로 보여준 부분 역시 좋았다. 영현이 어떤 사람인지, 얼마나 반짝이는지 알고 있기에 그녀를 되살리기 위한 ‘여론몰이’를 하는 방송작가의 고군분투를 응원할 수 있었다. 글쎄, 근데 다 보고 나면 그런 생각이 든다. 이 소설의 화자, 방송작가는 과연 정말로 ‘영현’을 위해서 방송을 만들었고, 대본을 작성했을까. 영현의 몰락을 막겠다는 명목하에 그녀의 비극을 대중의 입맛대로 재구성해서 그녀의 사생활을 또 한번 더 전시한 건 아닐까. 어차피 ‘몰락’할 거니까 되살려 주겠다는 아주 달콤한 사탕발림으로 말이다. 쇼비즈니스, 리얼리티나 방송 프로그램이라는 것은 어떤 때는 사람의 ‘행복’을, 또 어떤 때는 ‘불행’을 팔면서 성장한다. 대부분의 경우 행복보다는 불행을 대중들은 좋아하며, 행복이 지속되는 사람에게는 언젠가 ‘불운’이 닥치지 않을지… 불행이 계속되는 사람한테는 언젠가 ‘행운’이 닥치지 않을지 기대하면서 쇼비즈니스를 관람한다.

이 글을 읽으며 나는 어땠는가 생각해보았다. 너무 잘되면 잘 못되길 바라고, 너무 안쓰러우면 한번의 찬스는 있길 바랐던 거 같다. ‘진정성’ 있는 사람을 원한다지만 방송으로 만들어진 ‘진정성’이나 ‘진실’이란 어디까지나 가공된 이야기일 뿐이다. 그 생각을 다시 되새기면서 보다 보니 조금은 씁쓸했다. 방송작가가 제목을 모르는 시집 한 권을 찾지 못하길 바란다. 그 시집은 영현이 갖고 있는 가장 ‘본질’에 가까운 이야기 였을 테니, 본질만은 전시되지 않기를 바란다. 다른 한편으론 영현의 재능이 아깝다.

한 순간의 실수는, 한 순간의 해프닝으로 끝나길 모두가 바라니까, 나 역시도 그러하다. 본인에게는 그러하면서, 유명인이 나락으로 가는 걸 볼 때 당신의 ‘내심’ 그 기분은 어떠한지… 생각해보면 어떨까. 이 글을 한번 봐보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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