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글을 읽고 떠오른 것은 두가지 였다. ‘케빈 인 더 우즈’, ‘짐 존스’
먼저 [케빈 인 더 우즈]부터. 개봉한지 10년도 더 된 이 영화는 언뜻 보기엔 공포영화 같다. 그러나 공포영화의 많은 클리셰들을 살짝씩 비틀며 재채있게 이야기를 전개하다가, 중반 이후엔 분위기를 확 바꾸더니, 충격적인 결말을 선사한다. 적어도 크툴루 신화의 ㅋ 도 모르던 시절의 나에겐, 오로지 사악한 의지로 충만한 악신의 존재는 정말 충격 그 자체였다.
[짐 존스]는 어떤가. 개략적으로만 살펴보자면, 인민사원 집단자살 사건의 주범인 이 인물은 미국의 사이비 종교의 교주다. 미국에서의 포교가 여의치 않자 남아메리카의 땅을 사들여 인민사원, 일명 존스타운을 만든 그는 자기를 추종하는 신도들과 그곳으로 떠난다. 한편 미국에 남은 신도의 가족들이 가족의 안위를 염려해 미 하원의원에게 존스타운의 진상조사를 요청하고, 조사단에게 실체가 발각될 위기에 처한 짐 존스는 신도들과 함께 음독 자살하는데, 이때 사망한 사람이 900명이 넘었다.
이 둘에 대한 설명만으로도, 이미 내용에 대한 강력한 스포가 아닌가 염려스러우니 더 이상의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키로 하자. 작가는 [특이한 구석이 있는 예술가]의 독특한 행태를 설명한 뒤, 실종 사건을 전개한다. 실종자의 가족들은 수색대를 꾸리고 마침내 그들은 어떤 사실을 맞닥뜨린다.
비교적 평온하고 온화하게 시작한 이야기는 수색대의 발견을 기점으로 급격히 어둡고, 무섭고, 숨가빠진다. 어둠 속을 헤매는 수색대의 모습은 빽빽한 정글 속 사라진 원시 부족을 찾는 모험대 같기도 하고, 저주걸린 파라오의 동굴을 탐험하는 고고학자 같기도 하다. 위험을 직감하면서도 들어가고야 마는 사람들의 모습은 불을 향해 달겨드는 불나방을 연상케 했다. 가족을, 소중한 사람을 되찾겠다는 열망은 그들의 이성을 마비시킨다.
화자가 수색대에 참여하게 되는 과정, 낯선 언어라 그 내용을 모른채 읽다가 자기도 모르게 주문(呪文)을 발동하는 설정, 벽화를 해석하는 화자의 활약상 등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읽는 재미가 좋았다. 최후에 마주한 그것에 대한 묘사가 생생해 움찔 한 것은 덤. 끝까지 상상의 여지를 남깃 것도 무척 좋았다. 결국, 우리는 끝끝내 그것이 무엇인지 ‘모를때’ 가장 두려울테니까.
작품 말미 작가의 글에서, 작가님이 영감을 얻은 작품 목록을 소개하시는데, 하나도 접한 것이 없는점이ㅠㅠ 좀 아쉬웠다. 알고 있는게 있었더라면 글에 어떤 식으로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찾아보는 재미가 있었을텐데, 빈약한 배경지식이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폭넓은 독서폭을 자랑하시는 분이라면 연관 지어가며 읽어보시는 재미도 있을 듯 하다.
끝으로, 이야기를 읽고 느낀점. 역시, 정치와 종교로는 논쟁하는게 아니다. 그 회랑에 짐 존스가 살 줄이야. 광신도를 만나면 빨리 도망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