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거나, 무심코 지나치거나… 이 소설, 놓치긴 좀 아깝다! 비평

대상작품: 의심하거나 무심코 당하거나 (작가: 이막이, 작품정보)
리뷰어: 이유이, 23년 1월, 조회 20

내게 있어 소설을 고르는 기준이란… 간단하다. 제목이 끌리거나, 아니면 소개 글이 끌리거나. 둘 중 하나만 충족이 된다면 바로 읽고 본다. 소설 <의심하거나 무심코 당하거나>는 이 2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했다. 제목이 참 직설적이면서 흥미를 유발했고, 소개 글을 보니 #가상세계 #영어덜트 #성장소설 해시태그에서 이미 취향을 저격했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이 소설은 여러 국가의 폐기물 처리가 국가 사업인 나라를 배경으로 하며, ‘표준화’하겠다는 미명 아래 많은 것을 감추고 있는 ‘표준정부’와 반정부단체 간의 대립이 ‘주요 갈등’이다. 스스로를 평범하다 여겼던 주인공은 엄마의 갑작스러운 실종을 겪으면서 자신이 실은 반정부단체에서 정부를 뒤흔들기 위하여 길러낸 스파이 중 하나, 일명 ‘내일’이라는 걸 깨닫고 큰 혼란에 빠진다. 스파이로 길러져 곳곳으로 파견되는 아이들 중에서 유일하게 외부에서 불리는 이름마저 내일인 아이, 주인공의 이름은 ‘김내일’이다.

스포일러를 최소화하고 전반적인 내용을 소개하다 보니 간단하게 정리했지만, 이 소설의 묘미는 ‘추적의 방식’을 띤다는 점이다. 주인공인 김내일의 스토리가 본격적으로 풀어지기 전, 프롤로그에서는 반유리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내용이 특히 호기심을 자극했다.

반유리, 그녀는 ‘과거’에는 반정부단체에서 파견한 내일 중 하나였고, 지금은 정부요원이다. 그녀는 반정부단체 입장에서는 ‘배반자’였고, 정부에서는 감시의 대상으로 ‘신뢰’를 얻기 위해 끝없이 위험한 일을 해야만 하는 위치였다. 프롤로그에서는 자세히 설명되지 않지만 그녀에겐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 들어온다.

– 너의 과거가 저쪽이었다고 해도 너의 현재만큼은 이쪽이라는 것을 증명할 다시 없는 기회야.

반유리의 상사인 최은열의 대사다. 이 대사를 보며 나는 내가 좋아하는 ‘언더커버’ 류의 스토리들을 떠올렸다. 초반부에 몰입감을 높이기에 손색 없는 대사였다고 생각한다. 프롤로그에 집중할 만한 요소를 깔아두었기에 나는 부드럽게 다음 회차로 넘어갔고, 1화부터는 주인공 ‘김내일’을 따라가며 가상세계에 대해 파악하고, 엄마의 실종에서부터 시작되는 미스터리 추적의 서사를 즐겼다.

다만, 판을 잘 깔아둔 것에 비하여 인물 간의 갈등 관계나 서사 진행 부분이 약했다. 이를테면 이런 부분이다. 반유리는 ‘모종의 미션’을 받았고, 김내일은 엄마의 실종을 추적하면서 ‘표준정부가 감춘 비밀’에 가까이 다가간다. 두 사람이 각자의 미션을 행하다가 딱 마주하는 순간! 즉, 과거의 내일과 현재의 내일이 만나는 그때 사건이든 감정선이든 갈등이든 한 차례 폭발하길 바랐다.

정부와 반정부단체 중 어느 쪽이 파워 게임에서 승리할까, 혹은 그 모두가 원하는 바를 얻지 못하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의문점을 증폭시키는 사건, 에피소드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허나, 이 소설에서 반유리와 김내일의 관계는 내가 기대했던 것과 달랐다. 스포일러를 막기 위하여 자세한 내용을 쓰지는 않겠지만, 세계관 설정이나 캐릭터 설정, 관계 설정에서도 구멍이 다소 있었고, 그렇기에 두 사람의 관계를 그리는 장면들에서도 힘이 빠졌던 게 아닐까 추측해본다.

마지막까지 다 읽고 나서는 어쩐지 급작스럽게 마무리를 지은 듯한 기분도 지울 수 없었다. 허나, 중요한 건 내가 이 소설을 단숨에, 그것도 빠르게 끝까지 다 읽었다는 지점이다. 초반부에서 ‘매력’을 잘 끌어내고, 적재적소에 세계의 비밀을 풀어내면서 마무리까지 몰입감 있게 이어가는 소설은 드물다. 거기다 최초에 설정한 주제 의식을 마지막까지 끌고 나가는 전개도 쉽지 않다.

내 취향의 소설이었고, 애정을 갖고 읽었기에 아쉬운 점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았지만, 결론은 한번 읽어보면 어떻겠느냐 하는 권유이다. 아쉬움을 느낄 만하면 빛나는 포인트가 곳곳에 숨어 있어 그것을 따라서 흥미롭게 읽어본 소설이다. 이 리뷰를 보고 관심이 생겼다면 이 소설 안에 담겨 있는 ‘옥석’을 가려보길 바란다. 나와 비슷하게 느낄 수도 있고, 너무 재밌게 볼 수도 있고, 취향이 아니다 평할 수도 있을 거다. 단언컨대 그 과정이 재미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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