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은 어디에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무별촌 (작가: 빗물, 작품정보)
리뷰어: 소금달, 23년 2월, 조회 27

헤어짐이 없는 곳, 무별촌. 그곳은 과연 어떤 곳일까.

주인공은 모종의 사건으로 동생을 잃은 뒤 죄책감에 힘들어하다, 남편의 권유로 치유공동체 무별촌에 들어간다. 처음에는 불가해한 그곳의 생활방식과 규칙에 반감을 품고 떠날 뜻도 비치지만 주인공이 흔들릴때마다 ‘안내자’가 나타나 주인공을 이끌고, 결국 주인공은 누구보다 빨리 그곳에 적응해나간다. 그러나 일련의 사건을 통해 결국 무별촌과 주인공은 큰 변화를 맞게 된다.

스포일러를 예방하면서 써야 하는 줄거리라 이토록 두루뭉술할 수 밖에 없음을 양해해주시길. 궁금하시면 이야기를 (고맙게도 모두 무료다!)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아래부터는 소설 속 중요한 내용들이 스포되므로 싫으신 분들은 여기까지만 읽으시고 소설로 뛰어드시길 권한다.

무별촌(無別村)은, 사실은 무원촌(無援村)이 아니었던가? 그 땅에서, 구원은 대체 어디에 있을까?

사실 말미의 부분들은 내 취향은 아니였다. 극 사실주의자(?)인 나는 판타지나 호러, SF를 읽더라도 그 앞뒤가 빈틈없이 딱딱 들어맞는 텍스트를 선호하며, 분위기나 묘사 등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왜?’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하면 늘 미진한 마음을 품기 일쑤다. 때문에 왜 그런 비가 내렸는지, 마지막 땅에서 솟아나온 것들이 무엇에 의해 촉발되었고 왜 하필 그 타이밍에 나왔으며 그런 액션을 취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이건 애당초 현실적인 답은 기대할 수 없겠으나) 명확한 이유가 나오지 않는 부분에선 아쉬움을 느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선호 문제이므로, 분명 이런 부분에 더 만족스러운 분들도 계시리라. 왜냐면 취향이 아닌 나에게도, 그 부분들이 내뿜는 공기와 분위기, 그 끈적함과 비릿함과 어찌할 수 없는 막막함과 혼란이 너무도 생생했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느끼는 부분도 꽂히는 부분도 다르겠으나, 내게 무별촌은, 흡혈귀란 무엇인가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글이었다. 산업재해로 죽은 젊은 목숨들, 약간의 위로금과 성대한 장례식장과 큰 화환으로 그 모든 것을 덮어보려 하는 기업들, 열악한 시스템을 방관하는 정치인들, 그 일에 무심한 대중들, 그런 사람들은 흡혈귀 만들기에 전혀 상관없이 무관하고 순수하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는, 그래서, 예진이처럼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마음의 평화를 찾아 헤매였던 주인공에게, 흡혈귀 없는 평온한 구원의 세계는, 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왼손씨와 그녀는 마침내 올바른 적을 찾고 그에 응하는 댓가를 치르게 함으로써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을까?

[아무것도 지나가지 않고, 아무것도 없던 일이 될 수 없지만, 미루어진 값들이 치러질 시간을 맞이하러 가는] 그녀에게, 그 시간이 그녀의 승리와 평화와 구원으로 충만하게 되기를 조용히 응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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