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게 읽었습니다. 7년 전이라면 좀 더 높게 평가했을 거 같아요. 하지만 지금 읽기엔 소재가 약간 쉬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처음에 나오는 좀비물 같은 묘사와 소가 나오면 대충 광우병이겠거니 생각하게 되니까요. 그래도 좀비물이잖아! 하면서 끝까지 읽으려 노력했습니다. 쉽지 않더라고요.
어째서일까요? 디테일에 있어서 여러 난점이 보였어요. 예를 들어 이 세계의 인구는 15억입니다. 3화 10번째 문단과 7화 25번째 문단에 언급되죠. 그 시점에서 이 작품의 배경이 애매해져 버립니다. 여기는 지구가 아닌가? 애초에 70억 인구가 15억으로 줄은 거대한 사건이 있었다면 어쩌면 이런 감염은 사소한 사건이 아닐까요. 그 외에도 수입한 소고기가 끔찍하단 걸 묘사하기 위해 한국인은 뭐든지 다 먹는다며 분변으로 오염된 내장을 보여주는데, 노로바이러스나 O15B 대장균 등 분변에 오염된 고기가 치명적인 건 맞지만 작품의 주요 소재인 광우병과 연관이 되진 않죠. 프리온을 프레온이라고 적은 부분도 있습니다. 프레온 또한 지구 환경에 치명적이지만, 인간의 뇌보다는 오존층에 치명적이지요.
디테일이 흔들리니 작품이 강조하고 싶은 테마 또한 흔들리게 됩니다. 정말로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이었을까요? 이야기의 시작은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입니다. 그렇다면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는 오래된 격언이 테마일까요? 아닌 거 같습니다. 북한은 되게 짧게 언급되고 넘어가니까요. 그렇다면 남한에 이 감염을 퍼트린 자가 탐욕 때문에 위생에 철저하지 않은 미국산 소 부속들을 수입한 것일까요? 그러니까 인간의 탐욕이 어떻게 재앙을 부르는가? 이건 감염된 사람들을 가루로 만들어 또 다른 감염을 만드는, 질투와 권력욕 때문에 인간이 인간을 잡아먹는 그런 것 때문에 강화됩니다. 납득 가능해 보이지만 맨 마지막 자연의 섭리를 운운한 구절이 들어가 테마가 희석되었단 느낌이 듭니다. 분변에 오염된 고기를 수입하는 것이 이기적이긴 하지만 그것은 자연의 섭리를 거스른 것보다는 인간들의 규칙을 어기는 것에 가깝지 않나요? 광우병-혹은 자연의 섭리가 나오려면 초식동물이 초식동물을 잡아먹는, 그런 분변에 오염된 부속을 인간이 아닌 소가 먹고 그렇게 살찐 소의 갈비와 등심, 안심 같은 부위를 다시 인간이 먹는 그런 장면이 나와야 하지 않았을까요. 혹은 마지막 문장이 바뀌었어야죠. 자연이 인간을 벌하는 게 아니라 인간이 인간을 탐하는 것입니다. 돈을, 권력을, 어쩌면 노골적으로 살점을요. 소설 내내 나오듯이요.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지만, 이걸 7년 전에 읽었다면 더 높히 평가했을 것입니다. 전체적인 테마-인간의 탐욕이 부른 끔찍한 재앙이라는 모티프는 잘 변주되었고, 소규모 집단에서 권력을 잡기 위해 몰락하는 악당들은 흥미롭게 그려졌습니다. 화자의 죽음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점도 흥미를 끄는 요소였습니다. 하지만 2년동안 광우병에 대한 지식을 시사매체에서 주입받았고, 그렇기 때문에 디테일에 태클걸 요지가 보일 때마다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게 눈살을 찌푸릴 때마다 작가의 의도에서 벗어나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생각하게 되는 것이지요.
모든 작가가 공통적으로 가지는 가장 위대한 재능은 한 소설을 완결짓는 것입니다. 하지만 다음번에 만났을 때에는 좀 더 집중된 작품으로 만났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 단초는 디테일에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