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읽다가 한창 중요한 부분에 도달하여 등골이 오싹한 느낌과 함께 어디선가 이런 느낌을 받았던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어 작가를 다시 한 번 확인해보니 일전에 리뷰를 쓴 바 있었던 글의 작가님이시더라구요.(무서운 이야기가 끝나면이라는 글인데, 작가님 글 보시고 좋으셨던 분들 이 글도 추천합니다.) 과연, 여전하시구나란 생각과 함께 마지막까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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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의 기억을 더듬어가며 글에 대한 감상을 좀 써보자면, 이 분 글의 특징은 읽다보면 스멀스멀 등줄기를 타고 올라오는 오싹함이 장기입니다. 사람은 본디 상상력의 동물이라고들 하는데, 이러한 점을 십분 잘 활용하는 작가님이란 생각이 듭니다.
묘하게 현실적인 소재를 잘 다루셔서, 읽다보면 왠지 실제로 일어날 것 같고, 나한테도 일어날 수 있는 그런 일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뭐가 툭. 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나면 흠칫하게 들게끔 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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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의 이러한 성향은 이번 글에도 잘 드러나는데…직전에 읽은 취생몽사란 글은 좀 아무래도 SF적인 면이 강해서 그러한 면모가 잘 드러나지 않았던 반면, 현대시점을 시대적 배경으로 삼은 이번 글은 작가님의 이러한 장점이 십분 발휘된 느낌입니다.
해당 글은 우리나라의 창귀란 소재(여기선 호랑이 끄나풀말고 물귀신을 지칭)를 현대적으로 잘 풀어내면서도, 모사귀-도플갱어-란 소재를 더하여 이야기의 깊이를 좀 더 깊게 하였습니다.
과학이 발전한 현대에 과연 이러한 소재가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싶기도 했지만, 과거와 달리 단절된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현재에 오히려 더 강해진 나의 존재증명의 어려움을 이용하여 자연스럽게,
나의 존재 자체를 위협하는 존재란 것에서 오는 태생적인 불쾌감을 두려움으로 잘 승화하여 버무려내었는데, 특히 이러한 면모가 마지막 부분에서 폭발적으로 잘 묘사되어 공포감을 증폭시키는 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보이구요,
나와 대척자, 그리고 그 사이에 들어오는 제3의 인물을 잘 활용하여 이야기의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않게 하면서도 이러한 기교를 잘 활용한 관계로, 공포소설로서는 매우 높은 완성도를 가지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제 3의 인물이 좀 선명하게 갈등을 증폭시키는 장면이 조금 더 있었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한데…(이 글을 읽으면서 곡성을 떠올렸는데, 해당인물이 일광과 무명의 역할을 더불어 수행한 느낌이라) 다시 생각해보니 그러면 지금과 같이 깔끔한 느낌은 나지 않았을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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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읽으면서 작가를 떠올리기란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인데, 그것이 가능할 정도로 여전히 그 특유의 테이스트를 글에 진하게 드러내면서도 예전보다도 더 미려해진 느낌을 받아 읽으면서 참으로 기분이 섬칫하고 좋았습니다. 작가님의 다음 글이 기다려지는 좋은 글이었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상 모사귀 감상 글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