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라면 본디 감상

대상작품: 삼형제 이야기 (작가: 말풍선, 작품정보)
리뷰어: 홍윤표, 22년 9월, 조회 18

추석을 맞아 준서는 룸메이트 도영의 권유로 도영의 고향집을 방문한다. 도영에겐 두 명의 형이 있는데 다들 만만찮은 인물들이다. 준서와 도영과 그의 형들과 그들의 아버지는 함께 추석을 보낸다.

명절을 앞에 두고 명절에 관한 이야기를 읽었다. 커다란 사건이나 갈등 없이 잔잔히 흐르는 이야기 위로 달빛이 촘촘히 내려앉은 게 보이는 듯한 이야기다.

초능력이 주요 소재로 등장하지만, 이 작품은 그걸로 뭔가를 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소소한 일상과 시시한 대화들로만 채워진 이 조그만 이야기는 무언가를 묘사하지 않고 누군가의 말과 기억으로만 채워져 있다. 오직 밝은 보름달만이 거의 유일한 시각적 요소인데, 그래서인지 보름달의 밝고 포근한 이미지가 작품 전반을 감싼다.

인물들은 어딘지 모자라 보이지만 미워할 수 없다. 마치 주성치가 그의 영화에서 줄곧 애정어린 시선으로 그려온 귀여운 루저들을 보는 것만 같다.

진짜 있는지 알 수 없는 초능력의 존재는 작품의 결말부에 예상 밖의 장소에서 튀어나오는데, 이 자그만 비밀의 정체는 전형적이지만, 아름답기 그지없다. 끝에 밝혀진 비밀은 작품 전체를 뒤엎거나, 인물들의 운명을 뒤흔들 만큼 강력하지 않다. 하지만 그보다 더 강렬하게 그리고 따뜻하게 여운을 남기고, 독자는 기분 좋은 여운을 곱씹으며 작품을 보낼 수 있다.

현생의 치열하고 모욕적이고 불편한 명절을 잊고 싶은 분들이 계시다면, 여기 본디 명절의 의미였을 평화롭고 따스한 작품을 조심스레 권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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