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수렁으로부터의 탈출 공모(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작가: 이동건, 작품정보)
리뷰어: 0제야, 22년 2월, 조회 52

우리는 가난이 어느 때보다 보편적인 시대에 살고 있다. 물질과 정신이 풍족하지 못한 현대사회에서 빠르게 양산되고 있는 건 ‘가난’의 마음가짐이다. 모두가 스스로 가난하게 여긴다. 누군가는 타인보다 넉넉하지 못하므로 자신이 가난하다고 말하고, 만족하지 못한 삶에 가난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하지만 그 보편의 가난 속, 이제는 ‘진짜 가난’이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는 소외가 있다. 섣불리 말했다가는 ‘그렇고 그런 사람’ 취급을 받는, ‘너와 내가 같은 고통을 통과하고 있다’는 핀잔을 들어야 하는 ‘진짜 가난’ 속의 사람들이 있다. 가난을 오랜 시간, 깊이 경험한 사람은 신체와 정신 상의 한계를 겪는다. 그들은 가난을 부끄럽게 생각한 적 없지만, 세상은 경제적 소외계층에게 은밀한 수치심을 지속적으로 심는다. 부유한 이들이 복지 사각지대와 차별이라는 단어를 빼앗아 간 지금, 가난한 사람들에게 남은 건 ‘도망치고 싶은 마음’뿐일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도망을 시도한다. 그러나 사회의 견고한 구조가 낳은 가난에서 개인이 탈출하기는 쉽지 않다. 그들의 도피는 불가능의 수준에 다다랐다. 다수가 애써 피하는 시선 끝에는 내일 먹을 밥이 없는 사람들과 병원비 몇천 원이 없어 오롯이 고통을 홀로 감내하는 사람들이 ‘정말 존재하겠어?’라는 질문으로 꽁꽁 감춰져 있다. 이동건 작가의 소설 <준>은 그런 사람 중 하나를 조명한다. “가난 가출하는 누군가의 이야기”. 짤막한 작품 소개는 서술자 ‘나’가 ‘가난’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탈출을 시도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청소년 시기의 학생들이 겪는 가난은, 그들의 사회 생활이 법적으로 제한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더 크게 다가온다. 보호자들의 가난은 자녀에게 대물림되곤 한다. 그것을 알고 있는 청소년들은 때로 극심한 두려움을 느낀다. 그들이 가난에서 어떻게든 탈출하려는 시도는 종종 ‘가출’의 형태로 드러나기도 한다. 주인공이 “집 앞에 도착”한 것으로 시작해 “집을 나온”것으로 끝을 맺는 이 소설은 그가 집에서 보낸 마지막 하루의 시간을 그린다.

그것은 어둡고 깊은 수렁으로부터의 탈출 시도였다.

 

어떤 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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