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와 정통성,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법 감상

대상작품: A와 B의 살인 (작가: 사파이어, 작품정보)
리뷰어: 태윤, 10월 26일, 조회 41

두서없이 밀실에 갇혀 있는 사람들, 그들은 자신들이 왜 갇혀 있느냐부터 생존 방법까지 시시각각 들이닥치는 죽음의 위협 속에서 하나씩 풀어나가야 합니다. 수년 전 혜성처럼 등장하여 어느새 미스테리물의 트렌드가 되어버린 쏘우 스타일의 미스테리 공식입니다. 물론 영화 쏘우가 감금 미스테리물의 시초라 하기엔 그 전에 큐브라는 영화도 있었고(장르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만) 더 거슬러 올라가면 이런 미스테리물의 어르신 격이라 할 수 있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긜고 아무도 없었다’도 여전히 사랑받는 현역이시지만 쏘우라는 영화가 후에 나올 많은 영화 , 소설에 큰 영향을 끼친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 것 같습니다.

밖으로 나갈 수 없는 고립된 장소는 모든 미스테리 작가들이 군침을 삼키는 최적의 살인 환경(쓰고 보니 표현이 좀…)입니다. 등장 인물의 동선을 짜기도 쉽고 최근 발달한 기술의 이용 없이 클래시컬한 트릭을 만들기에도 용이하지요. 무엇보다 초반부터 독자들의 몰입도를 높이기에 이만한 환경이 없습니다. ‘우리가 왜 감금되었나’에서 출발하다보니 일반적인 추리소설에서 등장하는 도입부를 건너뛰게 되는 효과가 있으니까요. 여러 가지로 유용한 추리 소설의 배경이긴 한데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너무나 많이 사용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여전히 많은 작가분들께 사랑받는 미스테리의 출발점이 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저는 밀실 감금 미스테리를 아주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 그 이유는 알아내야 할 것이 많아질 수록 이야기의 본질이 흐려지는 걸 경험한 적이 몇 번 있었기 때문이지요. 처음부터 다양한 수수께끼를 던져주고 하나씩 풀어나가는 매력이 있는 반면에 추리소설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살인 사건과 그 해결 과정에 있어서의 몰입도가 떨어지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이 작품을 읽기 시작하면서 처음에 든 생각도 그런 부분에 대한 염려였습니다.

이 작품은 최근의 트렌드를 어느 정도 따르면서도 정통 미스테리의 장점 또한 놓지 않은, 쉽지 않은 일을 해낸 멋진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정통 추리소설 팬과 최근의 미스테리물을 좋아하는 분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작품이라면 그보다 더 좋을 순 없겠죠. 사과라는 여학생을 중심으로 촘촘하게 얽힌 등장 인물들의 이야기 또한 잘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중간 중간 하나 둘씩 밝혀지는 비밀에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인물 하나하나의 개성있는 성격을 꼼꼼하게 설정해 놓으신 것도 작품의 재미를 배가시키는 장점입니다.

브릿G의 독자 여러분 중, 쏘우 스타일의 미스테리를 좋아하시는 분들과 애거서 크리스티의 향수를 다시 맛보고 싶으신 분들, 그리고 정통 추리 소설을 즐기시는 분들께 이 작품 ‘A와 B의 살인’을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브릿G에 계신 분들 거의 모두가 이 중 하나에 속하지 않을까 싶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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