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일이야? (웃음) 감상

대상작품: 이 커피가 식기 전에 돌아올게 (작가: 짭퉁 박하루, 작품정보)
리뷰어: 레즈, 21년 10월, 조회 44

그게 그렇게까지 할 일인가.

조금만 생각해보면, 전혀 그럴만한 일이 아닌 단순한 일임을 쉽게 알 수 있다. 거기에는 딱히 미스터리나 음모가 끼어들 여지도 없으며, 당연히 등장인물들이 소설에서처럼 하게 만들만큼 당위성을 부여해주는 사연이나 누구든 그럴만하겠다 싶을만한 이득같은 것 역시 있어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왜 그렇게까지 하나 싶은 생각도 든다.

이런 느낌은 중반을 넘어가면서 더 강해지는데, 끝까지 계속해서 의문스러운 점이나 이상한 일들을 쌓기만 했다가 한번에 터트리는 방식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주인공도 중간에 새거나 빠져나가는 일 없이 사건에 정면으로 맞서게 했는데, 이 과정에서 보이는 여러 인물들의 행동이 다소 과장되어있어 소설은 꽤나 코미디물처럼도 보인다.

일상의 연장선상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사건을 다룬 일종의 코지 미스터리라서 그런지 온갖 일들에도 불구하고 내내 별다른 긴장감 같은 것은 없으며, 진실도 어떻게 보면 다소 심심한 편이다. 그걸 그렇게까지 열과 성을 다해 공작을 했다는 게 한편으론 허한 느낌도 드는데, 그것이 더욱 ‘이럴 일이야?’ 싶은 의문을 짙게 만든다. 삼국지 관우의 대사를 인용한 것도 애초에 무슨 오해의 여지가 있었나 싶다. 실컷 오해하게끔 아무런 첨언을 하지 않았던 것도 아니고, 애초부터 의도가 너무 분명했지 않나.

이런 점들에도 소설은 꽤나 흥미롭게 읽히는데, 커피 통보로부터 정체 불명의 침입자와 이상하게 구는 학우들, 그리고 학교로 이어지는 이야기들을 나름 그럴듯하게 연결했기 때문이다. 이 기묘한 소란은 별거 아닌 것에 점점 집착하게 만듦으로써 단순했던 오기를 뜻밖의 오해와 착각으로 발전(와전)시켜 독자 역시 저도 모르게 커피포트를 지키는 마음에 동하게 한다. ‘이럴 일이야?’ 싶던 의문은 주인공이 마지막에 느꼈을 황당함으로도 고스란히 이어진다.

취향은 좀 타겠지만,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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