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말랑한 주인공에게 바치는 딱딱한 제안. 공모(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부재 (작가: 권선율, 작품정보)
리뷰어: 향초인형, 21년 9월, 조회 68

사건의 핵심은 간명하다.

“노후화된 건물의 붕괴 참사에 의한 다수의 사상자 발생.”

이 사건은 화자가 자신과 관련된 방송 촬영물을 찾으려고 했을 때 어슷비슷한 사건으로 검색된 수많은 다른 사고 기록처럼 비일비재하게 실시간으로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사건을 사건으로 기록하지 않고 사고로 만들려는 관계자들의 압력 행사와 그것이 법적으로도 통하고 있는 현실 세계이다.

우리나라가 7,80년대를 지나오고 2021년이 되어 선진국의 흐름에 합류했음에도 건축계의 비리는 실제 그들이 지은 어떤 건축물보다 견고하다. 건축회사와 실제 시공사뿐 아니라 정계와 법조계까지 엉켜 있는 총체적인 부실공사 관련 설계와 시행 간의 간극과 비리 문제는 인사를 자연재해의 탓으로 간단히 돌리며 진실을 숨긴다.

마땅히 책임져야 할 일을 책임지지 않고 어물쩍 넘어감으로써 계속해서 재생산될 것으로 여겨지는 미래는 죄와 벌이 정직하게 실행되지 않는 기본적인 사회의 운영이 관행과 자본의 힘에 의해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진실규명을 위한 피해자 가족들과 그들을 돕는 모임이 새로운 길을 만들기 위한 힘겨운 걸음을 뗀다.

그러나 화자는 그 속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개인적인 과거사를 돌아봐도 화자는 그들을 향해 잘못된 것을 일갈하고 비판할 수 있을 정도의 정직함 문제에서 내재적으로 빈곤하다.

화자는 일반적인 가정이 결혼과 함께 겪어나가는 새로운 가정의 형성이란 자신의 문제에서 고부갈등으로 힘들어하는 어머니와 아내를 위해 제대로 된 역할 수행을 하지 않았고 그 때문에 파생되는 아내와의 갈등과 가정의 붕괴를 외면하는 방편으로 옛 애인과의 관계로 퇴행했다.

잘못되어 가는 것을 알면서도 관행을 답습하듯 스스로 고치려고 하지 않은 것은 그런 개인의 부도덕함이 도덕을 중요한 가치로 학습시킬 책무를 가진 직업인으로서의 교사인 화자의 사생활에도 아무렇지 않게 스며들어 있음을 보여준다.

본질적으로 그런 화자가 진실이란 문제에 민감성이 부족할 뿐 아니라 양심의 판단에서도 부적격하단 증거는 벌어진 현실에 대처하는 무기력한 태도에서도 잘 드러난다. 자신의 과오를 돌아보기는커녕 만약이란 실현불가능한 가정으로 도피함으로써 계속 남의 탓을 하기만 하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화자가 민감해하는 것은 다른 데 있다. 자신의 불륜상대인 옛애인에 의해 의도적인 편집을 겪은 자신의 말과 행동이 기록으로 남은 다큐멘터리에 대한 집착이다. 화자는 자신이 애인에게 이용당했음을 알고 그것을 바로잡고자 하지만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것은 그것을 바로잡는다고 자신의 망가진 가정과 죽은 아내에 대한 죄책감이 씻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히려 이 기회에 진실규명을 원하는 사람들을 도움으로써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보상하는 행동으로 갚아나가는 것이 자신이나 자신의 딸과, 같은 일을 겪은 이웃을 위해서 여러모로 더 나은 선택이 아닐까 싶다.

큰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내적인 불안과 죄책감에 대한 반동으로 작은 티끌의 청소에 집착하듯 당장의 위선에 마음이 불편하더라도 왜곡된 촬영의 문제에선 벗어나서 잘못된 관계는 끊고 할 수 있는 일을 했으면 바란다.

넓은 관점에서 바라보자면, 과오를 저질렀다고 더 큰 부정과 비리를 비판할 자격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늘 아래 한 점 부끄럼없는 사람은 드문 만큼 각성하고 고쳐가는 개인이 모여 개선하고 발전해가는 사회를 만든다.

책임감이 부재한, 있어야 하는 것이 없는 개인이나 사회는 지나치게 말랑하다. 이 소설은 그런 개인과 사회가 딱딱하게 속을 채워 제 역할을 해나가도록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로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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