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삼시세Kill (작가: 치즈셀러, 작품정보)
리뷰어: 브리엔, 21년 9월, 조회 143

자기 힘으로 한 끼 식사를 차려본 일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메뉴를 구상하고 장을 보고 재료를 씻고 다듬고 조리해서 그릇에 담고 다 먹은 상을 치우고 정리하는 일이 얼마나 수고로운지를 말이다. 이 지난한 과정을 수십 년 동안 해낸 사람들은 남다른 체력과 인내력, 지구력의 소유자라고 칭송받아 마땅할 것이다. <삼시세kill>의 주인공 이보배가 그렇다.

 

이보배는 72년을 살면서 52년 동안 매일 남편 기봉을 위해 일주일에 두 번 장보고 하루 세 끼를 차렸다. 때로는 지치고 힘들었지만 그 자신이 먹기 위한 일이기도 하고 가정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했기에 불평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감염병이 돌기 시작했다. 감염의 결과 ‘죽어도 죽지 않는 자들’이 출몰했다. 피난이 시작되어 인구 천 만의 수도 서울이 명절 때처럼 텅 비었다. 식재료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보배는 목숨을 걸고 마트에 가고 범법 행위인 걸 알면서도 이웃집 냉장고를 털었다. 무슨 일이 생겨도 남편을 먹이고 가정을 지키는 것이 자신의 ‘소명’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한 번 제압을 해 본 이후에는 감염자들을 만날 일이 기다려졌다. 보배는 아주 힘이 세진 기분이었다. 권력이라는 것이 이런 것인가?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이보배는 생전 안 해본 행동을 한다. 살아있는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감염자들을 겁도 없이 힘으로 밀치고 쓰러트린 것이다. 그 때마다 이보배는 전에 느껴본 적 없는 ‘쾌감’, 누구와 싸워도 이길 수 있을 만큼 ‘힘이 세진 기분’을 느낀다. 마침내 자신의 힘을 각성한 것이다.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은 자들은 죽어 마땅했고 죽어도 죽지 않는 자는 이렇게 해서라도 살아야 했다.

 

처음에는 이보배를 구병모의 소설 <파과>에 나오는 60대 여성 킬러 ‘조각’과 비슷한 캐릭터로 상상했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이보배는 조각과 달랐다. 조각이 될 수 있었지만 되지 못한, 조각이 될 수 없게 만드는 조건들을 생각하게 만드는 인물에 더 가까웠다. 비록 결말이 기대만큼 시원하고 통쾌하지는 않았지만, 조각보다는 이보배에 가까운 삶을 사는 여성들이 여전히 많은 현실을 감안하면 <삼시세kill>의 설정과 전개가 훨씬 더 현실적이고 그래서 더 공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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