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 선배들과 왁자지껄하게 모여 술을 마시고 신나게 하루를 보냈는데, 그 다음 날 눈을 떠보니 낯선 곳에 와 있다면? 당황하지 않을 사람이 과연 있을까?
고등학교 독서 동아리의 멤버였던 A, B, O, AB, 만년필, 햄버거, 회장은 오랜만에 함께 모여 술을 마시며 놀았다. 그리고 그 다음날, 그들은 낯선 곳에서 눈을 뜨는 것과 동시에 예전 동아리 멤버였던 ‘사과’를 죽인 범인이 누구인지를 밝히라는 협박을 받는다.
폐쇄된 낯선 공간에서 사지가 구속된 상태로 생명에 위협을 느끼는 순간, 그들이 느꼈던 유대감은 사라지고 짙은 의심만 남아 그 사이를 맴돌게 된다. 이 의심은 독처럼 동아리 회원들 사이로 스멀스멀 퍼져나간다. 인물들의 심리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보고 있노라면 절로 감탄하게 된다. 내면 심리와 바깥 상황을 절묘하게 엮어서 사건이라는 천으로 직조해내는 작가님의 솜씨가 일품이다.
같은 동아리 출신이라는 얄팍한 끈이 직접적인 위협 앞에서 아무 쓸모도 없이 끊어지는 순간. 바로 내부 고발이 이어질 떄다. 켕기는 구석이 있는 A와 B가 서로를 망설임없이 물어뜯고, 그러면서 감정적인 갈등은 절정을 향해 치닫는다. 두 명의 회상을 통해 미루어 짐작해 볼 때 상대방을 범인으로 지목한 나름의 이유는 충분하다. 둘 중 하나가, 혹은 둘 모두가 범인이라고 독자가 확신하는 순간 사건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진행된다.
그들과 협박범만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장소에서 협박범이 오히려 시체로 발견되리라고 누군들 생각이나 했을까. 모두들 알리바이가 확실하게 확보되어 있는 것으로 모이는 마당에?
초반부에 범인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사건이 쉽게 해결되는가 싶었으나, 그것은 성급한 판단이었다. 새로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순간 생각만큼 일이 쉽게 해결될 것 같지가 않다는 생각이 모두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과연 사과를 죽인 범인은 누구이며, 협박범을 사주해 그들을 한 자리에 모은 주범은 누구일까? 그리고 그 동기는?
앞으로의 전개가 어떻게 될지 무척이나 기대된다.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고 흡입력 있는 추리 스릴러를 보고 싶다면 <A와 B의 살인>을 강력하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