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째 리뷰 비평 브릿G추천

대상작품: 메일을 공개합니다 (작가: 엄성용, 작품정보)
리뷰어: NahrDijla, 8월 2일, 조회 51

금기

공포 소설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 중 하나는 모호함입니다. 이 모호함의 영역은 서서히 현실을 침식하면서, 비현실이 되는 순간을 포착합니다. 이 비현실이 된 세계는 금기와 위반의 세계 위에 세워져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 선을 경계하면서도 그 경계를 넘어섰으면 하는 양가적인 호기심 속에서 체험하게 됩니다.

우리나라는 셋이라는 숫자를 상당히 즐겨 사용합니다. 그 연원에 대해서는 알 수 없지만, 삼세번이라는 숫자는 다수에 의해 어떤 의미로써 사용되기에 일종의 주술적인 의미 또한 갖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의 세번이라는 숫자는 이 공포의 금기와 주술적인 의미로써 살아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세 번이라는 숫자를 우리가 자의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면, 그다지 공포스럽진 않을 겁니다. 혹은 주인공이 무척 치기어린 캐릭터성을 갖췄거나 했겠죠. 우리가 조정할 수 있는 영역은 정복의 대상이지 위협의 대상으로써는 적절치 않습니다. 그렇기에 이 금기의 법칙과 해제를 알 수 없이 우리에게 현현하여 다그칩니다. 세 번을 넘어서면 안되지만, 정작 어떻게 해야 이 금기를 벗어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우리가 정복할 수 없는 영역, 지배하지 못한 불확실한 세계에 대한 불안과 위협을 통해 공포는 체험됩니다.

 

범결정론

행운의 편지 역시 일종의 주술적인 의미로써 기능합니다. 불특정 다수를 향한 맹목적인 공격으로써 그렇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소설이 일종의 행운의 편지라는 주술적인 맥락을 차용하는 것은, 소설이라는 가상 현실 속에서 공포를 한정하는 것 이상으로, 진짜 우리가 사는 현실을 침식하려는 일종의 주술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설 내부에서 끝나는 이야기는 현실에까지 이어져 소설 속의 너에게서 나에게로 까지 확장되게 됩니다.

토도로프는 환상성을 분류할 때 나의 테마군, 너의 테마군으로 분류하며, 나의 테마군에서 범결정론이라는 주제를 제시합니다. 이는 초자연적인 존재들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합니다. 여기에 더하여 토도로프는 가장 추상적인 차원에서의 범결정론은 육체적인 것과 심리적인 것, 물질과 정신, 사물과 언어 사이의 경계가 더 이상 불침투적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습니다. 행운의 편지가 가진 주술성은 이내 환상으로 치환되고, 이 환상은 현실의 경계선을 붕괴 시킴으로써 공포를 환기합니다. 현실이 현실이 아님을 의심할 때 우리는 기저의 공포 또한 의심합니다.

 

미디어의 전파성

이런 행운의 편지라는 성격은 인터넷의 전파성이라는 성격을 강력하게 반영합니다. 달리 말하면 누군가에게 퍼트리는 것을 전제로 한 글이 됩니다. 즉 공포의 주체가 되는 다수의 익명들은 공포를 전파하는 주체이자, 공포를 체험하는 주체가 됩니다. 이는 공포의 실체 또한 불투명하다는 의미입니다. 소설 내 ‘나’에게 발생한 일들이 퍼지며 일종의 감염되는 일들은 이 공포의 최종점이 어디인지 알 수 없어짐과 동시에 시작점이 무엇인지 또한 알 수 없어집니다. 이처럼 미디어 내의 개인들은 한없이 소급 될 수 없이 분화되고 파생됩니다. 정말로 번짐의 사건을 편지로 받은 최초 수신자가 이 글의 화자일까요? 그리고 번짐의 최초의 발견자가 이 메일의 발신자일까요?

이런 미디어의 확장성이야말로 실체의 모호함입니다. 행운의 편지는 이 모호함에 기대어 단지 주술적인 의미들을 퍼트릴 뿐입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이 주술적인 의미가 필경 거짓임을 알지만, 실체가 모호하기 때문에 도리어 진실일 수 있는 역설의 단계에 이릅니다. 이 지점이 우리가 글을 확인하는 단계입니다. 우리가 확인했을 때는 3번의 단계가 지나고 4번째 단계에 이르렀을 때입니다. 4번째라는 숫자는 우리나라에서는 부정적인 의미로 통용됩니다. 동시에 이 번짐이 시작되는 첫 단계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이 번짐의 시작점이 우리로부터 파생되는, 시발점으로써의 공포와, 이 번짐이 얼마나 반복되었을지 모를, 이중의 공포를 겪게 됩니다. 그리고 이 반복을 우리가 끝낼 수 없다는 무력감 또한 느끼게 됩니다. 과연 어디서 부터 우리가 알 수 있는 일일까요. 어디서 부터 우리는 모르는 일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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