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리뷰의 제목을 미스터리 소설의 광고 문구처럼 넣어서 작가님께 죄송한 마음이 드는데, 작품을 읽고 난 후 제 느낌은 호러보다는 미스터리에 가까웠습니다. 사실 호러냐 미스터리냐가 중요한 문제는 아니겠지요. 이 작품은 긴 비와 더위가 반복되는 이 여름에 읽기 좋은 청량한 소설입니다. 청량하다는 건 호러와 미스터리를 사랑하는 제 주관적인 느낌이고 일단 재미있다는 겁니다.
김 신은 부모의 불화와 실직과 같은 이유들로 집에서 쉬다가 다시 구직 중인 청년입니다. 그는 언제부터인가 자신이 누군가를 죽인 것 같다는 생각에 휩싸여 있습니다. 그 당시에 맡았던 냄새 같은 것이 그의 추측에 신빙성을 더해 줍니다
그는 아버지가 죽은 후 여전히 자신을 괴롭히고 있는 신경쇠약 증세가 있는 어머니와 헤어진 후에도 별 같잖은 이유로 돈을 요구하는 전여친, 그리고 학창시절 자신을 꾸준히 괴롭혔던 교사 등을 떠올리며 자신의 피해자였을지도 모를 사람들을 생각해내지만, 그들은 모두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됩니다.
그들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자신의 오래된 상처까지 끄집어내야 했던 주인공은 결국 기억 속에서 남아있던 단서 중 하나인 냄새를 찾게 되지만 그것이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고, 아픈 상처들과 무거운 현실만이 다시 그의 앞에 놓여집니다.
이 작품은 우울함에서 출발하여 암울함까지 직진하는 롤러코스터 같은 느낌을 주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런 작품들이 주는 무거움과 단조로움을 걷어내기 위해 작가님이 미스터리의 형식을 빌리신 것으로 보입니다. 결과적으로 그 시도는 상당히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주인공은 어떤 이유로 정신과에 다니며 약을 먹고 있습니다. 그것이 아버지의 죽음 때문인지, 아니면 학창 시절부터 이어져 온 학대의 상처 때문인지, 혹은 여자 친구 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주인공은 그들에게 강력한 살의를 품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기억이 온전치 못할 때 ‘혹시 내가 그 중 누구를 죽이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고 그 말은 평소에 그 정도로 강력한 살의를 꾹꾹 누르며 버티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이 죽였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하나씩 만나는 과정은 꽤 흥미롭습니다. 오랫동안 피했거나 그냥 묻으려 했던 과거의 기억들을 직접 대면하면서 그는 체념하기도 하고 묵혔던 감정을 폭발시키기도 합니다. 그렇게 자신의 아픔을 마주 대한 후에서야 그는 스스로에게 말할 수 있게 됩니다. 죽고 싶었다고, 아니 죽을 만큼 힘들다고 말입니다.
작품에서 중요한 단서처럼 등장하는 구취에 대해서는 어떤 의미인지 알 수가 없어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작품이 아쉽다는 게 아니라 궁금증이 해결되지 않은 채 끝을 내기가 아쉽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네요. 주인공에게 불쾌한 기분을 주는 냄새라면 어딘가 단서가 있었을 법도 한데 저는 찾지 못했습니다. 독자 여러분도 주인공 주변을 떠도는 그 구취의 정체가 무엇인지 찾아보시고 댓글에 알려주시면 제가 마음으로(만) 사례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아주 어둡고 울적한 내용을 깔끔한 문체와 적절한 미스터리 기법의 활용으로 재미를 높인 작품입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독자들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게 할 수 있는 작가님의 능력이라고 할까요? 부러운 능력이긴 하지만 저는 또 즐겁게 읽을 수 있으니 이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구취의 미스터리에 도전해보세요.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