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와 스릴러물은 장르 문학에서 빠지지 않는 인기 카테고리지만 장편 웹소설로 집필하기엔 쉽지 않은 장르입니다. 굵은 이야기의 흐름을 힘있게 밀고 나가야 하는 장르다 보니 중간에 지루해지는 시점이 올 수도 있고 다른 재미 요소를 넣어 이를 보완하자니 미스테리 특유의 몰입도가 떨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많은 작가님들이 고민 중인 부분이 아닐까 생각되는데 이 작품 [나비, 검사]에서 작가님은 처음부터 ‘살인사건’과 ‘야구’라는 두 가지 이야기를 함께 가져가는 선택을 하셨습니다. 그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는 아직 단정 짓기 어렵습니다. 지금까지의 분량만으로 개인적인 감상을 전해드리자면 저는 ‘좋았다’ 라고 할 수 있겠네요.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서울의 잠실 야구장, 그것도 경기가 열린 날 새벽의 야구장에서 젊은 여성이 숨을 거둔 채 발견됩니다, 초기 수사의 결과는 자살, 특별한 원한 관계나 살인 사건이라고 볼 만한 물증이 발견되지 않았기에 사건은 여인의 원인 불명 자살로 종결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러나, 사망한 박 혜진과 오래 알고 지낸 사이인 프로 야구 선수 이 경수의 존재가 드러나면서 무난히 종결될 것 같았던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됩니다. 여러가지 증거가 이 경수를 가리키고 있었지만 법정에 세울 만한 결정적인 한 방이 없었고, 윗 선에서도 사건을 빨리 종결시키길 종용하는 바람에 결국 이 경수를 기소하지 못한 채 사건은 흐지부지 잊혀지고 맙니다.
한편 야구를 좋아하는 열혈 검사 민 준혁은 우연히 9년 전 벌어졌던 박 혜진 사건을 접하게 되고 호기심 반 의구심 반으로 사건을 재수사하게 됩니다. 여러 새로운 주변 정황과 증인을 확보하고 이 경수를 기소하기에 증거가 충분하다 생각한 준혁은 수사를 밀어붙이지만, 이번에도 일을 크게 만들지 않으려는 윗선의 개입으로 결국 이 경수를 기소하는데 또 한번 실패하게 됩니다.
서로에 대한 분노만 쌓게 된 이 경수와 민 준혁, 그러던 중 민 준혁은 이 사건에 또 다른 중요 관계자가 있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되는데…
이 작품의 매력은 역시나 탄탄한 이야기의 힘입니다. 사건의 개요부터 진행까지 군더더기가 없고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전개 상의 허점도 없습니다. 무엇보다 수사의 과정을 한 발 한 발 따라가는 과정이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범죄 수사물을 한 편 읽는 느낌이었습니다. 작가님이 이야기를 구성할 때 상당히 고심을 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게 하는 손길이 여러 곳에서 보이는 것 또한 작품의 매력입니다. 이 작품에서는 수사의 과정 못지 않게 자주 그리고 많이 등장하는 것이 야구인데, 조사를 오래 하신 건지 아니면 실제로 야구를 좋아하시는지는 알 수 없지만, 자세한 설명과 묘사에서 야구를 모르는 사람들도 재미를 느낄 만한 뭔가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순히 정보의 나열이라기보다 야구에 대한 애정이 보인다고 할까요?
이런 부분은 작품의 장점이 되기도 하지만 중반에 이야기의 색깔이 조금 흐려지는 역할을 하기도 해서 아쉬웠습니다. 처음부터 야구라는 소재는 사건의 진행에도 빠질 수 없었기 때문에 야구에 대한 분량이 많았어도 집중에 방해가 되진 않았는데, 중반부에서 야구가 이야기의 중심축으로 이동하게 되면서 몰입도가 조금 떨어지는 게 사실입니다. 작품이 중간에 꽤나 긴 시간 공백을 가지고 있는데, 주요 인물의 시점 또한 자주 바뀌다 보니 한 이틀 정도 후에 이어서 읽으면 혼란이 올 수도 있겠다 싶더라구요. 박혜진이 사망한 시기가 민 준혁의 타임 라인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아직도 약간 혼란이 오고 있는데, 그런 부분이 명확하게 정리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글의 재미로만 보자면 이 작품은 25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에 후보작으로 올려도 될 정도로 재미있습니다. 범죄 수사물로서도 아주 훌륭하고 중간에 청춘 스포츠물로 잠깐 방향을 튼 부분을 제외하면 이야기의 몰입도 잘 됩니다. 사건은 단순하지만 그걸 풀어나가는 과정은 깔끔하고 명쾌합니다. 얼마나 더 연재가 될 지는 아직 알 수가 없지만 이야기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만큼, 오래 연재해주셨으면 하는 바램이 있네요.
야구라는 소재가 글로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다는 걸 이 작품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야구를 주제로 한 소설들을 한 번 찾아봐야겠네요. 이 작품은 미스터리 수사물이라고 해야겠지만, 야구를 좋아하시는 독자 분들이 읽으시면 더 큰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러 모로 추천할 이유가 많은 작품이라 브릿G 독자 여러분들께 소개드립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