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게임 역전재판처럼 다분히 (현실 법정과는 거리가 있는) 판타지 스러운 법정물을 기대하고 이 이야기를 보기 시작할 것이다. 독특한 제목부터가 그렇지 않은가. 해봐야 그 와중에도 오크라는 판타지와 변호사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 중 과연 어디에 더 방점이 찍혀있을지가 조금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제목이 주는 첫인상과는 상당히 결이 다른 이야기였다.
판타지의 껍질을 쓰고 있지만, 소설은 전형적인 중세 판타지와는 많이 다르다. 오크라는 종족과 인간, 엘프들과의 관계는 자연스럽게 전쟁이나 인종 차별, 그리고 무엇보다도 일제강점기를 떠올리게 한다. 대놓고 제국이라고 표현하거나, 그 치하하에서 대학을 나오고 그 사회의 일원으로서 활동하는 다밀렉에 대해 불만스러운 이야기가 나오는 것, 상급자에게 무례하게 행동하는 하급자 엘프라던가, 스스로 섞여있음을 자랑스러워하는 혼혈 고블린처럼 인종간에 일종의 등급이 있는 것처럼 이야기가 되는 것, 주인공을 대하는 주변인들의 태도 등도 모두 당시의 시대상을 꼼꼼히 재연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분리주의자라고 불리는, 스스로를 독립운동가라고 하는 무리들은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자연히 이 현실적인 역사를 담은듯한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또 그 속에서 어떻게 보면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듯 동떨어져 있는 변호사는 자신의 직업적 역할과 신념을 어떻게 지켜가는지 또는 변화해 가는지를 생각하며 이야기를 따라가게 된다.
담아낸 이야기가 이렇다보니 당초의 컨셉이었던 변호사로서의 이야기는 어찌 되는건가 싶었는데, 그것도 생각보다 잘 풀어내는 편이다. 약간의 미스터리 요소를 섞어 나름 흥미롭게 끌어나간다.
배경 컨셉이 그렇다보니 몇몇 코미디 씬으로 그린듯한 장면들이 실제로는 전혀 그렇게 다가오지 않는 (오히려 차별적인 내용으로 보이는) 것 등은 아쉬우나,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꽤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