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 강탈자 공모전이 성황리에 마무리 되었습니다. 덕분에 멋진 작품들을 여러 편 읽을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지요. 그런데 ‘신체 강탈자’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이란 게 있다보니 내용들이 대체로 스릴러나 호러물이 많고 배경도 근미래나 현재라 해도 재앙에 가까운 상황을 그리는 작품이 많았습니다.
그 와중에 읽게 된 이 작품, ‘싱싱 쥐구멍에 어서 오세요’는 아주 달달하고 매력적인 캐릭터가 등장하는 로맨스릴러라 브릿G의 여러분들께 추천하고 싶네요.
진주는 연인 나기를 따라 신도시인 싱싱 시에 정착을 하게 됩니다. 사랑 하나만 보고 온 초행길이었는데, 사랑꾼이었던 남친은 점점 지나친 집착을 보여주며 폭력까지 사용하게 됩니다. 실망한 진주는 우연히 발견한 칵테일 바의 매력적인 여사장 도나와 친해지면서 애인에 대한 마음을 정리하는데, 도나에게 남친에 대한 얘기를 한 후 어느 날 진주는 자신이 남친을 끔찍하게 살해하는 꿈을 꾸게 되고 다음 날 엄청난 숙취 속에 자신의 행동을 기억하지 못 합니다.
진주는 정말 나기를 죽인 걸까요? 아니면 누군가 그녀에게 죄를 뒤집어 씌운 걸까요?
위기에 빠진 진주가 의지할 곳은 시크하고 매력적인 여사장 도나 뿐이지만 문제는 그녀가 가장 의심스럽다는 것인데…
이 작품은 시작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찜찜하거나 눈쌀 찌푸리게 하는 장면이 단 하나도 없습니다. 어찌 보면 가볍다는 표현으로 이해하실 수도 있겠지만 작가님이 그만큼 단어나 문장 하나도 꼼꼼하게 살피셨다는 의미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술술 읽히는 글을 쓰는 건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내 눈에는 완벽해 보이는 문장이 독자에게는 불편하게 읽히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지요. 특히나 이 작품의 본질은 미스테리 스릴러입니다.
아무리 통통 튀는 문장과 매력적인 캐릭터가 있어도 사건의 구성이 엉망이면 몰입도가 확 깨지게 되겠죠. 물론 아주 복잡한 플롯을 가진 작품은 아닙니다만, 이야기의 재미 속에 구성의 짜임새를 놓지 않았기 때문에 그 안에 사건과 인물들이 살아 숨 쉬는 느낌을 주는 거라고 생각됩니다.
우리나라의 전래동화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라 접근성도 아주 좋고 그리 밝지는 않은 원작을 이렇게 사랑스럽게 변모시켜도 되나 싶을 정도로 귀염뽀짝한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더운 여름에 상쾌한 기분으로 읽을 수 있는 산뜻한 작품입니다.
브릿G에서 공모전을 열어주시면 기대를 안 할 수가 없는 것이 전에 없던 다양한 시도와 장르의 변주가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얼마나 더 멋진 작품들이 출품되었을지 궁금한 마음이지만 오늘은 이 작품 ‘싱싱 쥐구멍에 어서오세요’ 를 즐기면서 보내야겠습니다. 혼자만 즐기기엔 너무 아까운 명작이라 부족한 글로 추천을 남겨 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