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김밥천국 공모(비평) 브릿G추천

대상작품: 시청 앞 김밥천국 혼밥클럽 (작가: 전혜진, 작품정보)
리뷰어: 루주아, 17년 4월, 조회 52

음식점 브랜드에는 각각의 대표 메뉴가 있습니다. 가장 맛있을 필요는 없지만 대체로 가장 맛있고, 혹은 가장 잘 팔리는, 다른 브랜드와는 차별화된 이곳에서만 먹을 수 있는 메뉴죠. 버거킹의 와퍼, 파파이스의 감자튀김이 그런 예죠. 그럼 김밥천국의 대표 메뉴는 뭘까요? ‘김밥 아닌가?’ 그럼 당신은 김밥천국에서 메뉴를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김밥을 고르실 건가요? 아마 아니겠죠. 좀 더 고민할 것입니다. 메뉴는 많지만 모든 메뉴는 다른 전문점에서 더 잘하니까요.

약간 다르게 물어보죠. 김밥천국에서 가장 맛있는 메뉴는 뭘까요? 이 질문도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김밥천국이 단일한 프랜차이즈가 아니기 때문이죠. 그래서 지점마다 전반적인 품질도 다르고 가장 잘하는 요리도 달라요. 그렇다면 다시 한번, 김밥 천국 하면 떠오르는 메뉴는 무엇일까요?

김밥천국은 특출함이 아니라 보편성으로 살아남은 곳이라고 생각해요. 뭐 하나를 특별하게 잘해서 남아있는 게 아니라 대체로 두루두루 나쁘지 않게 해서 살아남은 음식점이죠. 여기 대표메뉴요? 그건 모르겠지만, 그래도 먹고 싶은 게 있죠. 당신도 그걸 주문해 봐요. 다른 전문점이나 맛집만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무난하게 내올 테니까요.

시점을 달리해 보죠. 일상이라고 하면 뭐가 떠오르나요? 구체적이지 못한 질문이라고 비난받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일상의 스펙트럼은 너무나 넓으니까요. 그렇다면 일상을 김밥천국이라고 말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아주 특별한 순간을 제외하면 아니 어쩌면 그런 순간들을 포함해도 일상은 적당히 비슷한 메뉴들의 난립이니까요.

이건 사실 인천을 대표하는 게 무엇인가? 하는 질문과도 관련 있어요. ‘천원김밥’ 편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나는데, 인천은 일상적인 도시죠. 뭐든지 적당히 있고, 없는 건 없는데 인천만의 뭔가를 고르라고 하면 살던 사람들도 퍽 곤란한 표정을 짓는 그런 도시. 하지만 그게 매력이 아닐까요.

그냥 김밥천국이면 이야기의 범위가 너무 넓었을 거예요. 때문에’ 시청 앞’, ‘혼밥클럽’ 을 통해 조금 걸러 냈습니다. 시청 앞은 맛집이니까요. 하지만 그보다 ‘ 혼밥클럽’에 좀 더 주목하고 싶어요. 언론에서 혼자 밥 먹는걸 이상한 것처럼 보도하면서 혼자 밥 먹기는 정말로 이상한 게 되어버렸어요. 그러니까 사연이 필요해져 버렸죠. 혹은 취향이 견고하거나요. 글들은 만족스럽게 그런 장면들을 보여줍니다.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김밥천국이에요. 특별한 누군가가 아닌 일상의 모든 이야기. 따듯할때 드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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