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마음에 든 단편이었습니다. 서사도 크게 모난 부분이 없고, 주제로 보나 묘사로 보나 상당히 준수한 단편이었어요. 물론 아예 단점이 없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저는 단점보다도 장점이 더 눈에 띄었고, 따라서 이 소설을 리뷰하며 추천하고자 합니다.
소설의 장점부터 말해보겠습니다. 역시 이 소설에서 가장 뛰어난 점은 분위기라고, 적어도 저는 확신합니다. 소설에서 남자는 여러 여자에게 차였고, 결국 자신을 버리지 않을 돌과 살아가기로 결정합니다. 그 뒤에는 돌과 사랑을 나누다가, 출장을 가게 되고 그 출장에서 돌을 잃어버리고, 회사에서 미치광이 취급받으며 해고 당한 뒤에 진료를 통해 자아를 성찰하며 진정 사랑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소설의 줄거리를 본다면 아실 수 있겠지만 현실에서 일어날 리가 거의 없는, 상당히 비논리적인 상황-남자가 돌을 사랑하게 되었다.-이 소설의 소재로 사용됩니다. 돌을 사랑하게 되다니, 그리고 돌 하나를 잃어버리자 미쳐버리다니, 상당히 비논리적이지 않나요? 그런데신기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저는 이 비논리적인 전개-소재를 보며 개연성의 오류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아니, 오히려 현실적이라고까지 느꼈습니다. 바로 소설에서 이러한 비논리적인 소재 및 상황을 소설에서는 현실적이며 꽤나 논리적으로 풀어나갔기 때문입니다. 작중 남자는 수많은 여자에게 차이게 되는데, 이렇게 많이 차인다면 그 누구든지 간에 변치 않은 사랑을 갈구하게 됩니다. 여기서 남자가 돌을 선택한건 꽤나 논리적인 선택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돌은 변치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남자는 자연스레 돌을 갈구하게 된 것입니다. 상당히 현실적인 이유 아닙니까? 돌 하나 잃어버린 것 또한 연인을 잃은 것이니 쉽게 납득이 갑니다. 심지어 그렇게 의존하던 연인이 사라지다니, 미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소설은 탄탄한 개연성을 갖추고 있으며 이러한 점에서 이 소설 특유의 분위기를 형성하게 됩니다. 비논리적인 흐름에서 펼쳐지는 논리적인 흐름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건 개연성 있는 꿈을 꾸는 듯한 느낌으로써, 비교하자면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세지 않으며 오로지 남자만을 비춘다는 점 또한 이러한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한 몫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소설은 자체적으로 특이한 분위기를 형성하게 된 것입니다. 저는 이와 같이 작품에서 나오는 특유의 분위기를 상당히 고평가합니다. 그 작품에서만 느껴지는 분위기가 있다면 그 작품을 읽을 이유로써 충분하게 작용한다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소설의 장점은 이것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서사의 구조 자체로도 훌룡합니다. 특히나 마지막에 남자가 과거에 찼던 여자를 받아들이며 진정한 사랑을 이루어내는 장면은 굉장히 짧은 소설임에도 화려하며 강렬한 마무리를 이룬 완성도 높은 결말이라 생각합니다.
앞서 말했다시피 소설에는 장점만이 존재할 수는 없기 나름입니다. 단점 또한 말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남자의 심리묘사가 아쉽습니다. 남자는 너무나 놀랐다. 남자는 불안해졌다. 같이 직설적으로 서술하니 심리묘사가 빈약해집니다. 만일 불안함을 묘사하고 싶다면 너무 서술로만 쓰기 보다도 한 두번은 행동으로 나타내거나 남자의 생각을 풀이해보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후반부에 나오는 정신과 의사와의 상담 또한 어색했습니다. 한 뼘 성장했네요 같은 말이 부자연스럽게 들려 이야기의 몰입이 조금 깨지는 듯 했거든요. 완전 어색한건 아니며 이러한 몇몇 부분만이 아쉬웠습니다. 그 외에도 결말에 나온 여성이 너무 급작스레 등장했다는 점 또한 단점입니다. 결말 자체의 완성도는 좋습니다만, 여성이 뜬끔없이 등장했다는 생각은 아무래도 지우기 어려웠습니다. 초반부나 중반부에 가볍게 묘사 한 줄이라도 있다면 더욱 나을듯 싶습니다.
어느 소설이 그렇듯 이 소설 또한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습니다. 소설 특유의 분위기가 마음에 드셨거나, 혹은 깊이 있으며 강렬한 단편을 읽고 싶어하시는 분께 이 소설을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