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속에 혁명을 품은 사람들을 웃게 하는 로판 감상

대상작품: 혁명적이시네요, 영애님! (작가: 유기농볼셰비키, 작품정보)
리뷰어: 일요일, 3시간 전, 조회 8

사람들이 책을 잘 안읽는다고 하는데 요즘 체감하기로는 사람들이 어디에서나 이야기를 보고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이 모인 공간에서 고개를 돌리면 웹소설이나 웹툰을 보고 있는 사람을 꼭 한 둘은 발견할 수 있다. 지하철에서는 앉아있는 의자에서 절반이상이 이야기를 읽고 있기도 한다. 사람들이 책 잘 안읽는다는데 그거 맞아? 다만 종이책은 아니고 다들 핸드폰으로 읽고 있다.

사람들은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강의실이나 회사에서 틈틈이 몰래몰래 짬짬히 이야기를 읽거나 본다. 웹소설은 언제 어디에서나 읽을 수 있는 이야기다. 그 이야기 속에는 내가 알고 있는 익숙한 이야기가 들어있기도 하고 현실과는 아예 동떨어진 이야기가 담겨있기도 하다. 웹소설을 읽고 만족하든 못하든 어쨌든 이야기는 독자들이 닿을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곳에 대기하고 있다가 일상을 사는 독자의 삶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그리고 반대로 독자가 이야기 속으로 빨려들어가기도 한다. 이른바 회귀, 빙의, 환생(줄여서 회빙환)은 언제든지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여 다른 삶을 제공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 독자들은 언제든 회빙환을 통해 이야기와 남이 아닌 관계가 될 수 있다. 이 가능성은 언제나 긴장감을 발휘해 독자와 이야기는 웹소설의 형태로 서로에게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즐겁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준비가 되어있다.

그 중에서도 로맨스 판타지, 로판은 요즘 가장 인기가 많은 웹소설 장르형식이기도 하다. 여성의 사회적, 경제적 독립과 결혼과 연애, 육아와 사랑과 같은 로맨스의 전통적 소재는 항상 인기가 많지만 뻔한 소재 때문에 식상해지기도 쉬운 면이 있다. 그러나 중세 판타지라고 불리는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신선한 세계관을 만나면 또 다른 재미있는 읽을 거리가 된다. 편리하고 날조하기 쉬운 세계관에 공주, 왕자, 궁정로맨스, 상속과 음모 등을 맘껏 펼칠 수 있는 면이 있어 작가에게도 독자에게도 재미있는 놀이터가 된다. 다 아는 이야기를 좀 더 재미있게 해줘!

그렇게 사회주의 리얼리즘 미술과 러시아 혁명사를 좋아하는 운동권 여학생 화영이 총장실 점거 중에 읽은 피폐물 19금 로판 ‘청야에 지는 별’에 책빙의를 하게 되었다.

유기농볼셰비키 작가의 혁명적이시네요, 영애님!은 로판이다. 자신을 죽이려는 세계에서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치고 주변의 동료들을 늘리고 세를 불려 마침내 세상의 룰을 바꾸는 위치로 나아가려는 강한 욕망을 가진 주인공이 로판의 규칙을 따라 척척 앞으로 나아간다. 그렇지만 기존 로판과는 아주 약간 다른 노선을 보여준다. 로판의 세계이지만 그 누구보다도 혁명적인 주인공이 빙의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쉽고 재미있다. 로판이기 때문이다.

화영은 흔한 로판의 세계를 혁명적 로판이라는 속시원한 세계로 우리를 초대한다. 로판독자라면 가끔은 로판이 답답할 때가 있다. 여성 주인공의 성공이 모든 여성의 성공이 아니며 때로는 여성인권의 추락과 퇴보로 이어지고 계급과 몸의 혁명은 성공이라는 쉬운 사이다 앞에 실패로 끝나는 일도 빈번하기 때문이다. 로판이 가질 수 있는 보수적이고 갑갑하고 가끔은 속터지는 면모들이 현대인들에게 영 불편한 감정을 제공한다는 점을 화영은 콕 찝어내어 목소리를 높인다. 게다가 화영은 자신이 좋아하는 러시아 혁명사 세계 안으로 뛰어든 것이나 마찬가지다. 화영이 미래를 아는 세계. 독자들은 화영과 화영이 빙의한 아나스타샤 아가씨에게 보통의 로판보다 좀 더 기대하게 된다. 영애님의 혁명은 어디로 가게될까. 뿔갱이가 되어 계속 읽어나가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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