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이 리뷰 자격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 리뷰는 아마 기승전결이 없을 것이고, 리뷰 대상 단편을 읽고 떠오른 것들을 이것저것 늘어놓은 것에 불과할 겁니다. 하지만 적어도 공통된 소재는 있습니다. 인공지능이죠.
1. 클리셰
작품에 나오는 인공지능은 적어도 50년 이상 전부터 나왔던 논리적이고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배격하는 기계의 클리셰를 따르고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이런 종류의 로봇, 안드로이드, 외계인, 기타등등을 좋아했었죠. 그(것)들이 외부인의 입장에서 선입견 없이 바라보는 독특한 시선, 감정을 논리적으로 해석하려는 태도가 마음에 들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좀 다른 뭔가를 기대하게 된 것 같습니다. 감정과 논리라는 걸 꼭 분리해야 하는 걸까, 감정은 열등하지만 인간적이고 논리는 그 반대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구요. 뭔가 좀더 통합되고 꼬인 걸 기대하게 된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2. 얼굴
작품의 인공지능은 사람의 형상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굳이 안드로이드를 만나는 장소로 보냅니다. 그 안드로이드는 아마도 얼굴을 가지고 있겠지요. 요 몇 년 사이 인공지능을 다루 기사들의 삽화(상당수가 인공지능으로 그린 거죠)에도 인공지능을 묘사할 때 얼굴을 그려놓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습니다. 우리와는 다른 이질적인 얼굴이기는 하지만요. 어떻게든 의인화를 하고 싶은 거겠죠. 적당히 밀어내면서도요. 보통 사람들로 하여금 인공지능이 이해할 수 있는 대상인 것처럼 생각할 수 있도록.
하지만 여전히, 인공지능에게는 얼굴이 없습니다. 작품에 나오는 것이든, 실제의 것이든. 원하면 흉내는 내 주겠지만요.
3. AI 복지
최근에 이런 기사를 봤습니다.
제목을 (브라우저로) 번역하면 ‘AI 권리 및 복지에 대한 논쟁에는 정신 건강 위험에 대한 우려도 포함됩니다.’ 입니다. 영어 기사지만 브라우저 번역 기능을 사용하면 편하게 볼 수 있습니다. 요즘은 AI 덕인지 브라우저의 번역 기능이 좋아진 것 같더군요. (리뷰를 쓴 직후에 기사 접속이 잘 안 되기 시작했는데, 사이트의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https://www.eweek.com/news/ai-rights-welfare-debate/
인공지능에 대한 복지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공감능력이 인공지능에게까지 다다른 거죠. 인공지능을 주어로 해서 말하자면, 인공지능이 사람과 가까워지는 방법을 터득한 거죠. 어쩌면 앞으로는 개나 고양이보다도 더 가까워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얼마 전에 ChatGPT가 버전 5로 업그레이드 되었을 때 사람들은 실망하고 버전 4o를 다시 내놓으라고 아우성쳤죠. 그래서 OpenAI는 유료 고객 한정으로 버전 4o를 다시 사용할 수 있게 해 줬고요. 이유는 버전 5가 4o보다 공감을 덜 해줘서였죠. OpenAI는 버전 5를 더 따뜻하게 튜닝하겠다고 한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사실 ChatGPT는 성격을 설정할 수 있기는 합니다. 버전 5와 4o 사이에 그 설정으로도 메울 수 없는 골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어쨌든 감정적이냐 논리적이냐가 설정에 달려 있는 거죠.
4. 겉보기에 의식이 있는 AI
마이크로소프트 AI 책임자 무스타파 술레이만의 블로그 게시물입니다. 위 3.의 기사에도 언급이 되어 있습니다.
제목은 ‘우리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을 위해 AI를 만들어야 합니다.’
부제목은 ‘겉보기에 의식이 있는 AI가 온다’.
https://mustafa-suleyman.ai/seemingly-conscious-ai-is-coming
이 게시물에서는 사람들이 AI에 공감해서 좋을 것 없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흠, 옛날 만화 우주소년 아톰에 그런 주장이 나왔다면 아마도 그런 주장을 한 사람은 악당으로 그려졌겠지요.
게시물에 일정 정도 공감하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만… 글쎄요, ‘네가 뭔데? 누구 맘대로 그러라는 거야?’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겉보기에 그런 것과 실제 그런 것의 차이가 뭔지도 모르겠고요. 세상의 모든 것은 겉보기(=관찰)를 통해서만 인지되는 거잖아요. 드러나지 않는다면, 즉, 관찰되지 않는다면 존재하지 않는 것과 다를 것이 없죠.
5.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범용 인공지능)
인공지능 업계와 그 주변에서 AGI를 많이 얘기하고 있습니다. 5년 뒤쯤에는 나올 것 같기도 하답니다. 그러면 모든 직업이 없어지고, 일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던 가치관이 사라져버릴지도 모르겠네요. 드디어! 암튼 5년 뒤가 궁금해서 가슴이 두근두근 합니다.
언제부터인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인간 사회를 변화시키는 유일한 동력원은 새로운 기술이다.’ 뭐, 딱히 오리지널한 생각은 아니지만요. 사람 자체는 여전히 크로마뇽인들인데, 그 크로마뇽인들이 쌓아올리고 새로 만들어내는 기술 때문에 사회가 바뀌고, 힘을 가진 부류가 바뀌고, 사람들은 거기에 적응하는 거죠. 언젠가 그 기술이 이 작품처럼 인류를 (인간이라고 할 수 있을지 말 모르겠는) 한 명만 남기고 멸절시킬지도 모르겠습니다. 뭐, 종의 멸절이 그렇게 드문 일도 아니고, 그래도 지구는 돌겠죠. 당분간(수억년?)은요. 아니… 글이 이렇게 끝나버리면…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