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세계를 꿈꾼 적 있으신가요? 몽상일 수도, 장소일 수도 있는 다른 세계에 실제로 가고자 한 적은요? 제 여행은 평소 다니던 길의 샛길 정도였기에, 이런 ‘외계’나 ‘차원’ 같은 말이 나오는 작품을 접하면, 그리고 주변에 전혀 알리지 않고 그런 곳에 가려는 아이들이 등장하면 걱정부터 앞서곤 합니다. 거기다 일이 순식간에 잘못되는 방향으로 마무리될 수 있는 단편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죠. 그것도 모자라 배경은 종말이라는 개념이 익숙하게 나돌던 1999년이니, 맨처음에 인용된 일기장이 사실은 어디 폐허에 놓여 있어 시대적으로도 공간적으로도 머나먼 방문객이 발견했다는 설정일지도 모른다며 연화고의 명물인 ‘외계지성체와의 지적 소통을 위한 탐사경로 개척반’, 약칭 ‘개척반’의 설립에 관한 이야기를 읽어 내려갔습니다….
일상적인 공간인 학교 구석,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장소에 세 사람만의 비밀이 있다는 건 왜 늘 설레는 걸까요? 처음엔 같은 학교에 다닐 뿐 서로 이름도 모르던 사이, 한 학년 차이가 나는 다른 사람이었을 세 사람이 교환일기를 적고 서로를 베개 삼아 잠들며 같은 꿈을 꾼다는 건 잔잔한 청춘 영화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오해도 있었고, 의견 충돌도 있었지만, 훗날 ‘도약의 날’이라 불릴 1999년 9월 9일에 초대에 응한 다른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손을 잡고 함께 나아간 건 그 도착지가 그들의 지식 대로 우려스럽지 않은 걸 알아도 벅차올랐습니다.
그래서 이 세 사람의 이야기는 이렇게 끝났고 개척반은 25년 동안 지지부진하기만 했는데, 화자는 누굴까 싶던 차에 딱 정체가 밝혀지는 게 정말 짜릿했어요! 도약이라 불릴 만큼 높은 차원에도 분열은 있어서 그 세 사람이 무척 외로워했어도 먼 타향으로 떠난 친척이 무사하단 소식을 받은 것처럼 기뻤죠. 그리고 이 다음에 두 번째 도약처럼 한 발짝 더 나아가, 초대를 부탁하는 문장을 봤을 때는, 꼭 제가 관문의 설계도를 꿈꾼 것처럼 눈물이 났습니다.
누군가의 세상에 함께하고자 하는 마음은 참 따듯하고 다정하지 않나요? 더는 가망이 없을 것 같단 생각이 자주 들던 차에, 이 작품을 읽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시커먼 관문 속에 별처럼 빛나는 마음이 있는 걸 알았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