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보다 끝이 어려운 연애, 안전한 이별하세요 공모(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Please don’t leave me (작가: , 작품정보)
리뷰어: 민진, 20년 3월, 조회 146

이 지독하고 끔찍한 연애 서사를 과연 어떻게 봐야 할까.

 

끔찍한 장면이 난무하고 눈살을 찌푸릴 만큼 잔혹한 이 데이트 폭력 상황 속에서 느껴지는 이 오묘한 서정적인 느낌은 또 어떻게 봐야 할까.

 

읽는 내내 정아와 기현의 심리적 변화가 눈에 띄게 잘 나타나는 작품이었다. 언제부터인가 연인들 사이에서 나오는 ‘안전 이별’이라는 주제가 딱 떠올랐다.

 

시작보다 더 중요한 끝.

 

나는 언제부터 이 끝이 두려워 시작조차 하지 않았을까. 읽는 내내 떠올랐던 건 언젠가 나도 한번 당해본 그 ‘안전하지 않은 이별’이었다. 쉽사리 꺼내기 힘든 기억이었는데 ‘Please don’t leave me’를 읽고서 서서히 머릿속에서 다시 살아났다.

 

물론 정아처럼 그는 나에게 도끼를 휘두르거나 감금하지 않았지만.

 

남들이 봤을 때는 그저 잔혹한 사이코패스의 범행 사건이지만, 두 사람, 정아와 기현에게는 잊을 수 없는 연애의 결말이다.

 

하지만 유경험자로서, 정말로 이 소설에서의 무서운 점은 바로, 경찰이 오고 난 후, 사건이 정리되면서 끝난다는 것.

 

보통 이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안전 이별‘에 관한 사건들은 대부분 경찰에 사건을 접수하고도 공포는 지속된다. 한동안 머릿속에 그 장면이 계속해서 되풀이되고, 그와 함께 나눴던 장소로 공포의 장소로 바뀐다. 그가 타던 차를 볼 때면 심장이 덜컥 내려앉고, 집 주차장이 있음에도 굳이 멀리 차를 대고 돌아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참으로 연애는 시작보다 그 끝이 어렵다.

 

정아의 심정대로라면 떠나는 남자친구를 자신의 옆에 가두기 위한 범행이지만, 그녀는 그것조차도 사랑이라고 포장하고 있다. 적어도 그들에게는 ‘사랑’이라는 기준이 다른 것이다.

 

물론 사랑은 여러 가지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연인을 사랑하는 것, 가족을 사랑하는 것, 내 이웃을 사랑하는 것. 모든 사랑은 기본적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내가 무엇인가를 포기할 수 있는 것들도 내포되어 있다.

 

하지만, 정아의 사랑은 그런 가벼운 기준이 아니라 그저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은 ’소유욕‘일 뿐이다.

 

어찌 사랑에서 소유욕을 뺄 수 있겠느냐만 서도 나로 인해서 사랑하는 사람이 고통받고 있으면 보내줄 줄도 아는 것이 진정한 사랑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몇 자 되지 않는 리뷰지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명심해라.

나를 위한 것이 아닌, 자신을 위한 사랑을 강요하는 사람은 절대 만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조금이나마 강압적인 태도와 행동이 보인다면

하루빨리 도망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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