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의 드리블 기술중에 ‘크로스오버’라는 게 있습니다. 한 방향으로 달리다 방향을 급격히 바꾸는 기술이죠.
농구를 잘 하진 못 하지만 보는 건 좋아하는데, 드리블이 뛰어난 선수들이 크로스오버 드리블로 상대 수비수를 제끼면 수비수는 급히 방향을 전환하려다 중심을 잃고 쓰러지기 일쑤입니다. 기술농구의 백미라 할 수 있죠.
우연히 보게 된 이 작품 ‘낯선 손님’은 작가님의 현란한 기술이 잘 드러나는 재미있는 소설입니다.
일단 분위기를 공포로 잡아갑니다. 소제목부터가 ‘괴담’이 들어가있으니 금방 예상할 수 있죠. 초반부의 분위기 또한 예상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차도 들어가지 못하는 외딴 산길에 들짐승을 안고 나타난 청년이 피를 철철 흘리는 동물을 안고 주인공의 차에 버젓이 올라타서는 대뜸 한다는 말이 괴담이라니요..
‘오호, 이거 괜찮은데?’ 하는 기분이 들려는 찰나,(저는 호러매니아입니다) 약간씩 범죄물의 분위기가 풍기기 시작하더니 예전에 방영했던 인기 미드 ‘BONES’의 분위기 물씬 풍기는 법의학자와 각 분야 전문가들의 머리싸움이 시작됩니다. 중간에 잠시 미스테리로 방향을 전환하시는가 싶더니 다시 100년 된 뼈를 가지고 씨름하고 있으니 좀처럼 방향을 잡을 수가 없습니다. 다양한 장르를 섞어 넣었다기보다는 중간중간 독자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장편이 될 작품의 신선함을 계속 유지해주는 작가님만의 훌륭한 솜씨가 아닐까 싶습니다. 덕분에 몸이 안좋아서 눈이 감기는 와중에도 한 챕터를 뜨거운 피자 삼키듯 단숨에 독파했습니다.
작가님은 독자가 글에 등장하는 전문지식에 대해서 어디까지 관심을 가지고 어느 선에서 피로감을 느끼는지 아주 잘 아시는 분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작가의 말에서 법의학이나 관련분야에 아는 것이 많지 않다고 겸손하게 밝히셨는데, 글에 빠져드는 데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현직 의사가 의학소설을 쓴다하여 모두 재미있지는 않듯이, 결국 중요한 것은 전문적인 지식을 글의 중요한 내용전달과 몰입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적절하게 배치하는 것이라 봅니다.
이 작품은 그런 부분에서 아주 뛰어난 소설이라고 하고 싶네요. 독자에게 전문지식이 없어도 글의 흐름을 파악하는데 전혀 무리가 없으며 각기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등장하지만, 굳이 그들의 전문성을 설명하는데 지면을 할애하지 않으면서 인물들의 개성이나 그들사이의 관계, 갈등구조는 이해하기 쉽게 잘 펼쳐놓으셔서 저 또한 사건에 금세 빠져들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인물들이 그저 단순하지는 않습니다. 각자가 가진 이야기들은 향후의 전개를 기대하게 합니다. 인물들 자체도 매력있게 그리셨는데, 인물들 사이에 얽힌 관계와 감추고 있는 비밀들 또한 아주 기대가 됩니다.
챕터 2까지 왔을 뿐이니 이제 시작일 거라 봅니다. 이 작품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지 전혀 짐작도 할 수가 없습니다. 상당한 분량을 읽었음에도 머리속에 드는 생각은 ‘재미있다’, ‘빨리 자고 일어나서 못읽은 부분을 마저 읽어야 겠다’ 뿐이네요.
방향이야 어느쪽으로 꺾으시든 상관없습니다. 이미 제 무릎은 꺾였고 그저 주시는 글을 감사히 읽을 뿐이죠.
소설을 농구게임에 비유한다면 이 작품은 1쿼터 중반 정도를 달리는 중이라 생각합니다.
초반부터 화려한 플레이를 연발해서 관중들은 기대 가득한 눈으로 선수의 플레이를 지켜보는 중이죠.
남은 시간도 작가님의 현란한 플레이가 변함없이 펼쳐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 작품은 장르적인 재미도 뛰어나지만, 글 자체를 읽는 맛이 아주 좋습니다. 글을 맛깔나게 쓰시고 웹소설에 맞게 맺고 끊음도 탁월해서 다음편을 안 볼수 없게 만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브릿G 독자분들의 금쪽같은 시간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감히 추천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