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눈에 핀 빨간 꽃. 공모(비평) 이달의리뷰

대상작품: 이름없는 영화와 고립의 숲 (작가: 코코아드림, 작품정보)
리뷰어: 꼬마용, 19년 11월, 조회 61

하얀 눈에 핀 빨간 꽃.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이미지로 형상화 했을 때, 이런 장면이 떠올랐다.

주로 장소는 눈이 쌓인 외딴 집이었기에 하얀색, 그리고 그곳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대체로 살인과 관련된 범죄였기에 피의 빨간색이 형상화 되었다. 순수한 하얀색과 잔인한 빨간색의 대비를 통해 가빈의 폭력성을 순수하다는 의미로 사용한 것 같다. 작품 전체의 내용도 무난하게 읽혔고 이미지도 쉽게 그려졌다. 보통 이런 단편들은 서사보다는 서정에 중심을 두는데 그런 면에선 개인적으로 괜찮은 작품이었다.

이하는 개인적인 생각과 오류 몇가지를 정리해 짚어보았다.

1. 제목이 ‘Untitled Explotation Films’인데 가운데 단어가 아마 Exploitation이 아닌가 싶다. 오타인 것 같은데 고치면 되니까 큰 문제는 아니다.

2. 초반부와 중간의 몇몇 부분에서 드러나는 외국소설 번역어투가 좀 보였다. 문장을 서술하다가 도중에 끊고 설명을 집어 넣는 부분이다. 도중에 문장을 삽입하는 경우 강조를 할 수는 있지만 흐름이 깨진다. 이것은 문체의 스타일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전략적인 사용이 필요할 것 같다. EX) 다만 한 가지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 이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 – 만약 자신 눈 앞에서 영화 같은 일, (이하 생략)

3. 작중에 ‘이치 더 킬러’라는 작품이 나와서 검색을 해봤더니 내가 알고 있던 ‘코로시야 이치’였다. 나는 만화로 읽었다. 아는 작품이 나오니 가빈이라는 캐릭터에 대해서 좀 더 몰입할 수 있었다.

4. ‘나’는 과연 살인을 한 적이 있는가? 문단 3에서 ‘하지만 맹세코 나는 그들을 살해하지 않았다.’라고 나온다. 그러나 문단 6에서는 “…죽인 적 없어. 다 누명이야”라는 대사와 그 뒤에 ‘거짓이었다’라는 문장이 나온다. 뒤의 ‘거짓이었다’라는 문장이 앞에서 서술한 가빈의 “Soo, 사람은 왜 죽인거야?”라는 대사나 매스컴에서 떠들어대는 살인의 용의자가 ‘나’라는 것에 대한 부정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나’의 대사가 나온 뒤에 바로 ‘거짓이었다’라는 말이 붙은 것으로 보아 앞의 대사를 부정한다고 보는 것이 가장 유력하다. 문단 3에서는 살인을 부정하고 6에서는 속으로 살인사실을 인정한다. 이것은 모순된다고 볼 수도 있고, 앞의 문단 3의 말이 ‘자기부정’이었다고 말할 수도 있다. 만약 문단 3의 말이 자기부정이었다면 문단 6과의 사이에 자신의 행위에 대한 ‘정당화’와 감정의 고조, 내적 혼란 등을 표현해야 어느 정도 독자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 맥락없이 말을 뒤바꾼다면 독자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5. 그래서 가빈이 검은 호수에 던진 자루에는 무엇이 들어있는가? 문단 17과 18에서 가빈과 ‘나’는 호수에 쓰레기라며 묵직한 자루를 던진다. 그러나 문단 18의 ‘가라앉기 직전의 자루는 내 허상처럼 무언가 발버둥치며 꿈틀거리는 것 같았다.’라는 내용과 여경의 “아니, 아무리 봐도 방금 전 그건 쓰레기가 아닌 것 같은데요?”라는 대사를 통해 사람시체로 유추된다. 단순히 쓰레기를 버리면서 그것을 목격한 사람의 신고를 막기 위해 야구방망이를 들고 가고, 또 목격한 여경을 살해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가빈이 죽인 사람은 누구인가? 작중에서 지하실이 언급 된 것은 문단 14에서 “언제 한 번 지하실 배관 수리를 맡겨야 겠어…”라는 대사 뿐이다. 가빈과 같이 살면서 그를 관찰한 ‘나’는 가빈이 누군가를 살해하거나 지하실에 무언가를 가지고 들어갔다는 내용을 서술하지 않았다. 독자에게 이 쓰레기의 정체는 그냥 뜬금없이 튀어나온 물체다.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하봤다. 여러번 읽었지만 내가 내용을 잘못 이해한 게 있을 수도 있다. 독자도 그런데 하물며 작품을 쓰는 작가들은 쓰면서 오죽 혼란이 오겠는가. 원래 훈수두는 사람이 더 넓게 보는 법. 그래서 우리는 부끄러운 작품들이지만 남에게 수줍게 내밀어 보이는 것이다. 이 단편이 내게는 브릿G에 가입하고 나서 처음 읽는 글이다.

작가님의 용기에 박수를 치며 어떤 상황에서도 꾸준히 작품활동을 하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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