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한 마리 배고픈 용으로부터 시작합니다. 감상

대상작품: 피어클리벤의 금화 (작가: 신서로, 작품정보)
리뷰어: 쁘띠캐롯, 19년 7월, 조회 104

황금가지 브릿G 종합 베스트 1위에 빛나는 <피어클리벤의 금화>를 읽었습니다. 순위에 연연치 않는 편중없는 독서를 지향하지만 그럼에도 1위라는 숫자는 무시할 수가 없는걸요. 가입하고 아마 두번째로 읽은 소설이었을 겁니다. 여러 소설책을 옆에 끼고도 주말 내내 피어클리벤의 금화만 읽으며 밤잠도 잊고 모니터와 액정을 들여다봤었죠. 아주 넋을 놓고서요. 정말 재미났거든요. 어째서 이런 소설이 책으로 안나온거냐며 투덜투덜 하기도 했네요. 브릿G를 좋아하지만 종이책파인 저는 금화를 손수 세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거든요.

린트부름의 올바른 적생자 “용” 빌러디저드는 소녀 울리케를 사로잡습니다. 사악한 용에게 붙들린 공주의 이야기야 고래로부터 흔했지만 이번 사례엔 좀 남다른 점이 있어요. 목적이 공주의 감금에 있지 않고 용의 포식에 있거든요. 17세, 피어클리벤 영지의 여덟번째 자식이자, 용이 참여하는 연회 담당자이며, 키보드 워리어였다면 365일 전투일지에 승전보를 썼을 웅변가, 책이라면 환장하는 애서가에, 용감무쌍하지만 고소공포증으로 날개를 달고도 걸어다니는 울리케로 이름을 날리게 될 그녀가 그날의 점심엔 그저 한 마리 먹음직스런 먹이감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용의 고요한 식탁 위 정찬의 일부랄까요. 적절한 음식의 재료 같지 않다는 건 인간인 우리 생각일 뿐, 용에겐 인간구이나 참새구이나 별반 차이가 없겠죠. 용의 영지에 존재하는 게 말라비틀어진 순무나 씹는 맛도 별로인 말린 대구 뿐일 때는 더더욱이요.

바들바들 떨며 용을 설득할 방법을 궁리하던 울리케는 그때만 해도 정말 몰랐을 겁니다. 용의 “먹겠다”는 말에 그녀 운명의 포문이 열렸고 용의 “먹지 않겠다”는 말로써 자신의 운명과 영지 피어클리벤의 존폐가 갈리게 되었다는 사실을 말이죠. 용의 존재만으로 제국 안팎의 눈길을 모으게 된 피어클리벤. 용과 계약한 초대황제로부터 시작되어 언제까지고 용과 함께 번영을 누릴 것만 같았던 제국은 용의 권력을 파괴하려는 귀족과 마법사들의 반란으로 위기에 처했습니다. 용 빌러디저드는 양 진영의 변수로 막강한 작용을 하게 된 택입니다. 용이 잡아끄는 거대한 운명에 휘말린 울리케. 피어클리벤의 안녕을 위해 울리케는 인연의 문을 활짝 열고서 사방팔방으로 달리고 날아가고 영혼까지 분리되는 모험에 몸을 던집니다. 개성 강한 형제들, 지혜롭고 용맹한 고블린 전사, 괴짜 마법사와 모험가 무리, 얼음여왕 리뉴르, 옛땅을 잃고 세상을 떠돌며 탄압받는 류그라들, 공작영지의 반룡 아이비레인과 울리케 영혼의 짝 까마귀 그림니르, 그림니르의 주인이며 울리케의 가신인 크누드가 함께 하는 이 항해가 끝나는 어느 날엔 예전과 같은 평화와 예전과는 비할대 없는 영광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겠지요. 깊고 거대한 고난과 새록새록 쌓이는 재미로 제국이라는 바다 속을 거침없이 항해해나가기를. 피어클리벤이 요요하게 정박하는 그날까지 독자도 순탄한 여정을 염원한 입김을 불어넣겠습니다. 힘내라 울리케!!

 

** 단행본 추천 리뷰 이벤트에 도전하려고 예전 리뷰를 수정해 다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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