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누구를 위한 기적인가요 – 주님의 이름으로. 공모(감상) 브릿G추천 공모채택

대상작품: 주님의 이름으로 (작가: 삶이황천길, 작품정보)
리뷰어: 아이버스, 19년 7월, 조회 98

세상에는 많은 종교가 있습니다. 믿고 있는 신이 유일신인가, 그 가르침을 는 수도사나 경전이 어떠한가는 각기 다를지도 모릅니다 . 다만 공통점은 절대적인 구심점을 만들어내는 뭔가가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저 역시 한 때 개신교를 믿은 바 있으며 성경을 깊게는 아니나마 꽤 열심히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신의 이름이란 아래 가르침을 신자들에게 전하는 많은 목사들을 봐 왔고, 때로는 어떠한 광신적인 모습이 힘을 주기도 했지만 때로는 내 삶에 지나칠 정도로 영향을 미치는 거 같아 결국 교단에서 나왔던 기억이 납니다. 특정 종교를 비하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굳이 이 내용을 처음 언급하는 건 이 내용이 종교와 연관된 이야기이기 떄문이죠. 리뷰를 시작하기에 앞서 성경의 구절 몇 개를 언급하고 시작하겠습니다.

이방인들에게는 율법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본성에 따라서 율법이 명하는 것을 실행한다면 비록 율법이 없을지라도 그들 자신이 율법의 구실을 합니다. (로마서 2: 14 , 공동번역)

오히려 유다인의 속 마음을 가져야 진정한 유다인이 되며 할례도 법조문을 따라서가 아니라 성령으로 말미암아 마음에 받는 할례가 참 할례입니다. 이런 사람은 사람의 칭찬을 받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칭찬을 받습니다. (로마서 2:29, 공동번역)

신약에서 가장 감명깊었던 구절 중 하나입니다. 종교에서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을 강조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되는 구절입니다. 율법 같은 글자 한 두마디에 얽매이는 게 아니라, 본성,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참된 신앙을 강조하는 게 아닐까 생각되는 구절이라고 생각되니까요.

<주님의 이름으로>는 마치 정말 성경에서 일어날 법한 현대판 기적 이야기를 다룬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는 성경에 대한 지식이 조금 있다면 제법 흥미로운 인트로로 시작합니다. 출애굽기의 내용을 인용하여 기적같은 구름 기둥으로 시작합니다. 어찌 보면 종교 느낌이 물씬 풍기는 시작입니다. 무신론자나 무교 분들에게는 이게 뭐지 하는 뜬구름 잡는 내용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주인공인 ‘에스더’는 이런 부류와는 거리가 먼 인물입니다. 재밌는 건 그녀는 목사의 따님입니다. ‘에스더’란 이름도 성경에서 유래한 이름이지만 그녀는 이런 기적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바깥 출입을 삼가고 사회 진출에 실패해 히키코모리 같은 삶을 살고 있는 어찌보면 불우한 느낌의 처지입니다.

하지만 그런 그녀는 많은 이들이 동경하고 바라는 치유라는 능력을 갖게 되면서 삶이 뒤틀립니다. 굳이 많은 표현 중에 뒤틀린다는 표현을 쓴 건 그녀의 반응입니다. 그녀가 바라본 세상은 ‘미쳐’ 있습니다. 목사의 딸이라는 자신의 ‘지위’의 프레임에 발현된다는 걸 볼 때 그녀에게 이건 축복이 아니라 저주이니까요.

성경에서 보여지는 선지자들의 고난이라 포장될 수 있겠지만, 그건 성경에서나 매끄럽게 포장된 모습이겠지요. 그녀의 입장에선 그 선지자와 비교할 수 없습니다. 그녀는 불우하고 고통받고 있는데 자신이 행복하지도 못한 삶을 강요받고 싶지는 않을 테니까요.

그런 그녀가 성경속의 기적을 일으키는 선지자와 다르게 보일 수밖에 없는 건 수도원에 들어간 직후 더욱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에스더’를 주위에 에워싸는 수도원의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그들은 에스더가 무교이며, 그녀가 결코 하느님에 대한 신앙심이 전혀 없음에도 기도를 강요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에 대해 에스더는 이곳에서 발버둥칩니다. 여기까지 읽고나면 느껴집니다. 저는 이 부분을 통해 앞에서 언급한 로마서의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그들이 언급하는 종교는 로마서에서 말한 단순한 법조문에 지나지 않을까. 그리고 광신으로 밀고 가는 행태가 한 명의 어린 양을 죽여 놓는 게 아닐까 하고.

<주님의 이름으로>는 광신과 종교의 권위에 던지는 도전장 같은 작품입니다. 어떤 부분은 현대 한국 교회의 일부분을 저도 겪은 바가 있어 뼈아픈 느낌이 보이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믿음의 가치는 무엇일까. 그리고 <로마서>에서 말한 법조문에 치우치지 않은 진정한 성령은 무엇인가 종교가 나아가야 할 길을 다시 생각해보게 합니다. 비록 종교를 믿지 않는다 해도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가치에 대해 점검하고 뒤를 돌아보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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