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 같지만 어쩌면 괴담이 아닐지도 모르는 이야기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선풍기 (작가: 이일경, 작품정보)
리뷰어: 코코아드림, 19년 6월, 조회 82

저는 한국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 쯤은 ‘선풍기 괴담’을 들어봤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밤에 문을 닫은 채 선풍기를 켜면 산소가 소모되고 이산화탄소가 발생해 결국 질식사 한다는, 무언가 말이 안되면서도 말이 되는 것 같은 신기한 이야기 말입니다. 실제로 이 괴담을 듣고 선풍기를 밀폐된 방 안에서 틀고 자는 것으로 자살 기도를 한 사람들도 있을 정도니, 유명함은 더 이상 말해봐야 입이 아플 정도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괴담은 허구입니다. 그 동안 수많은 의사들이 방송에 나와 이 괴담의 허무함에 대해 이야기했고 지금은 그냥 웃고 넘어가는 과거의 이야기로 남은 것이 ‘선풍기 괴담’입니다. 간혹 진지하게 믿고 있는 사람이 있을지라도 동조해주는 이는 거의 없습니다, 이미 그것이 비과학적임을 아니까요.

 

한 부부가 있습니다. 이 부부 중 남편은 친족 살해의 용의자이자 피해자인 아이들의 유가족으로 조사에 임하고 있습니다. 남편은 마치 선풍기가 자의식을 가진 것 처럼 증언을 합니다. 굶주린 포식자 선풍기가 배를 채우기 위해 아이들을 먹어치운 것처럼 말이죠. 이렇게 말을 들어보면 남편이 정신 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환각을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까지 들 정도입니다. 하지만 아내의 증언을 들어보면 무언가 이상한 느낌이 듭니다. 선풍기를 씻기는 내내 선풍기가 ‘배고프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증언하니까요. 부부가 동시에 환청을 듣고 환각을 본 것일까요? 아니면 두 사람이 동시에 짜고 쳐서 자신들의 살해 행위를 덮으려는 것일까요? 무엇이 맞는 말인지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됩니다.

 

‘선풍기’는 선풍기에 대해 기존의 괴담이 아닌 새로운 형식의 괴담을 제시하는 이야기입니다. 선풍기가 사람을 죽인다는 괴담은 앞서 말한 것 처럼 이전부터 존재했지만 스스로 의식을 가지고 살해 행위를 벌이는 것 처럼 묘사한 글은 굉장히 신선하다 생각합니다. 해결 방안조차 떠오르지 않는 괴담, 그런 괴담을 생생하게 잘 표현했다는 평가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흡입력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오늘 밤 선풍기를 틀고 잠에 들면 얼굴이나 무언가가 갈려 나갈 것 같은 착각까지 들 정도니까요. 앞으로도 이런 괴담 형식의 이야기가 다양한 곳에서 여럿 등장하기를 개인적으로 소망하는 바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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