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른다. 비평

대상작품: 곶자왈에서 (작가: 조나단, 작품정보)
리뷰어: 이재인, 17년 3월, 조회 136

곶자왈.

누군가에게는 생의 끝이며, 또 누구에게는 새로운 삶이 시작 되는 곳.

 

끝나게 되는 이가 누구인지, 시작하게 되는 이는 또 누구인지 사실은 아무도 모릅니다.

 

가상의 세계가 아닌, 실제 하는 공간이 계속해서 언급 되는 동안 독자들은 인지하지 못한 새에 작품 속 이야기 안으로 한 발 더 들어가게 됩니다. 작품 속 ‘창’의 감정을 고스란히 받아들이게 되는 것 또한 이 같은 이치에서 인 듯합니다.

 

일출봉 아래에 있는 가게에서, 나에게-높은 확률로, 결국 독자들에게- 쉰다리를 따라주며 주절거리던 주인할매의 이야기가 무척 심상찮게 느껴지는 것 또한 같은 이치입니다.

당장 내일 제주행 비행기 티켓을 끊는다면, 곶자왈 까지 가지 못하더라도 올레길을 걷고 걸어 일출봉 아래 어디쯤 도착하면 정말로 등 굽은 할매가 쉰다리를 따라주는 가게가 있을 것 같거든요.

 

실제 하는 공간이 주는 힘이라는 것이 이렇습니다. 제 아무리 탄탄하게 만들어낸 가상의 공간이라 해도, 내 삶과 내 피부에 맞닿아 있는 ‘진짜’ 공간이 주는 힘을 이길 수 없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조나단 작가님의 「곶자왈에서」는 참으로 영리한 작품입니다. 정말로 있을 법한, 어쩌면 내일 아침 신문 한 구석에 나올 법한 일을 차분하지만 생동감 있게 전해줍니다. 작품 안에서 계속해서 밀려오는 이 생동감이, 실은 작품을 전반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묘한 긴장감 이라는 것은 말 할 것도 없고요. 피가 낭자한 장면이 없어도 자꾸만 뒤꼭지가 콕콕 쑤시는 기분이 드는 것이… 네, 자꾸만 긴장을 떨치려 손을 쥐었다, 또 폈다 하게 되죠. 이것이 이 작품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자, 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삶이 시작 된 곳. 그곳으로 오기까지 내내 죽어있던 것과 다름없던 여인은, 결국 생기를 찾고, 그 생동하는 힘으로 자신의 길을 걸어갑니다.

‘그녀에게선 어떤 힘이 느껴졌고, 그 힘으로 자신의 길을 내디뎠다.’는 문장이 주는 알싸한 쾌감을 느꼈다면, 그건 저와, 또 여러분이 ‘창’의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기 때문일 겁니다.

 

이 이야기는 진짜입니다.

또, 이 이야기는 진짜가 아닙니다.

아니, 진짜일지 아닐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누차 말했듯, ‘곶자왈’은 진짜입니다.

그러니 여러분은 ‘진짜’를 덧댄 이야기가 주는 힘에 못이긴 척 몸을 맡기시면 됩니다.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우리는 모두. 이미. 알고 있습니다.

 

자, 그럼 이제 곶자왈을 향해 한 발짝. 디뎌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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