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요리사는 재료를 아끼지 않는다. 공모(비평) 브릿G추천 공모채택

대상작품: 도화선 (작가: 이수한, 작품정보)
리뷰어: ZETA, 17년 3월, 조회 234

영화계에서 한 때 맥거핀이 유행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맥거핀은 줄거리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은 소재를 마치 중요한 소재인 것처럼 꾸미는 트릭을 뜻하는 말이죠.) 맥거핀은 관객들을 속이기에 꽤 훌륭한 방법입니다. 그러나 무엇이든 지나쳐서 좋을 건 없죠. 맥거핀이 지나치면 관객들은 허무함을 느낍니다. 게다가 맥거핀에 염증을 느낀 관객들이 늘어나서 그런지 최근 영화에선 그런 경향이 많이 사라진 것처럼 보입니다.

맥거핀은 일종의 재료 낭비입니다. 정작 요리에는 넣지도 않을 재료를 그럴 듯 하게 다듬어 놓고, 그대로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리는 격이죠. 취향의 문제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소재가 그런 식으로 낭비되면 독자는 금세 흥미를 잃습니다. 어차피 뜬금 없는 소재가 튀어나와서 이야기를 주도해 갈 것이라면 디테일에 매달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죠.

<도화선>은 재료를 함부로 낭비하는 법이 없습니다. 죽든, 뼈가 부러지든, 뇌진탕에 걸리든, 어딘가 한 군데가 아작이 나야 끝이 납니다. 잠깐 등장하는 조연처럼 보여도 다음 화, 내지는 다다음화에 등장 이유가 밝혀집니다. 읽는 내내 감탄한 지점은 바로 그 부분입니다. 허투루 등장하는 인물이 한 명도 없다는 건 그만큼 사전 기획이 구체적이었다는 뜻이겠죠.

태일과 영준이라는 두 주인공을 비교해서 읽는 재미도 꽤 쏠쏠합니다. 태일은 복수대행업자로서 법의 바깥에서 비밀리에 사적 복수를 실행하죠. 그러나 영준은 경찰이라는 공적 직업을 갖고도 사적 복수를 실행합니다. 이 두 사람이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만나게 되는 지점에서 이야기가 절정으로 치닫게 되리라 기대 하고 있습니다만, 역시 지켜봐야 알겠죠.

완결이 너무나도 기대되는 소설이고, 시리즈로 연작되길 바라는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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