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하고 풋풋한 추억 한 잔 공모(비평)

대상작품: 나와 그녀의 종말지점 (작가: , 작품정보)
리뷰어: 알렉산더, 17년 3월, 조회 37

리뷰에 앞서 미리 말씀드리건대… 저는 로맨스라는 장르에 대해서는 문외한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제 조언이 작가님의 의도와는 어긋날 수도 있음을 염두하시고, 그냥 하찮은 한 명의 독자가 이렇게 느낄 수도 있겠구나 하고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단편은 학창 시절 도서부원 남녀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입니다. 읽는 내내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오겡끼데스까”로 유명한 일본 영화 러브레터가 떠오르는, 감성적인 작품입니다. 상대방과 잘 되지 않은 세상을 머리 속에 그려보다, 그 세계의 이질감과 무서움을 깨닫고 벌떡 일어나 달려가서 사랑을 쟁취해 내는 모습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사랑 이야기입니다. 제가 제대로 읽은 것이 맞다면 주인공 남녀의 이름이 등장하지 않은 것 같은데요, 이 점도 첫사랑의 보편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적절했던 것 같습니다.

다만 갈등이 적다는 점에서 다소 심심하게 느껴집니다. 물론 로맨스 소설인 만큼, 그녀의 뛰어난 능력에 대한 질투와 그녀를 좋아하는 풋풋한 마음 사이의 내적 갈등이 작품을 이끌어나가는 것 같습니다만, 좀 더 많은 갈등이 있었으면 흥미를 유발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합니다(그런데 또 생각해 보니 이 부분은 작가님만의 색깔을 갖춰가기 위한 선택일 수도 있겠네요.). 그리고 갈등의 해결 측면에서도, 바쁜 회사일에 치이며 살아가다 낮에 꾼 어린 시절의 꿈 때문에 갑자기 심경의 변화를 느끼는 부분에서, 다소 쉬운 길을 택하신 듯한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회사일로 바쁜 와중에 낮잠을 자는 장면도 조금 어색하게 느껴졌습니다. 우선 낮잠을 자는 직장인의 이미지 자체가 아무래도 잉여로운 느낌에 가깝다보니, 일에 치여 바쁜 것으로 와닿지가 않았습니다. 사실, 이건 그냥 제 선입견일지도 모릅니다. 다른 독자분들껜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수도 있죠. 하지만 더 어색했던 부분은 선배가 묻는 말이었습니다. 야근에 지쳐 까무룩 낮잠에 빠진 후배에게, ‘여유가 없어 보인다’는 말은 이상합니다. 선배는 주인공이 일에 빠져 있다는 걸 뻔히 알 테니까요. 게다가 거기서 ‘여유가 없다 -> 무슨 일이 있는 것 같다’는 유추는, 관심법을 쓰는 궁예가 아닌 이상 무리한 추정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다시 말씀 드리지만, 사실 저 같은 사람은 작가님이 쓰신 것 같은 달달한 로맨스 작품의 주요 타겟층이 아닙니다. 혹여나 첫 작품에 대한 제 리뷰를 읽고 자신감을 잃지는 않으셨으면 좋겠네요. 앞으로도 좋은 작품 보여주시길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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