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친구, 가족도 음모론자일 수 있습니다.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블랙홀 존재론자 (작가: 뚜근남, 작품정보)
리뷰어: 캣닙, 19년 3월, 조회 133

제 경험상 정말로 그렇더군요…. 친구도 그렇지만 심지어 저도 한때 음모론에 심취했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냥 심심풀이로는 좋았다, 로 점차 바뀌어 갔지만요.

하지만 달 착륙은 사실 없었다! 라는 음모론은 의외로 벽이 견고하지 싶습니다. 달이 꽤 멀기도 하고 우주정거장 기술에 집중한 이후로는 달 유인 착륙기술 몇 부분은 소실되었다는 소문도 있고요…… 그래서 인터스텔라에 나온 역사 왜곡소재로 그걸 선택했는가 봅니다. 이런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정말 긴가민가하게 되죠.

실제로 블랙홀은 있을까요? 부정하기에는 천문학자들이 너무 열심입니다. 우주 망원경 기술이 발달하면서 과학 관련 뉴스에 툭 하면 나오는 기사가 어느 천문팀이 블랙홀을 발견했다! 도 아니고 어디의 무슨 블랙홀이 항성 포식 순간의 방사능 변화를 잡아내었다! 입니다. 이제 블랙홀은 더는 새로운 천체도, 무서운 존재도 아닌 그저 우주의 한 현상일 뿐입니다. 알고 보니 흔했던 블랙홀…. 어쩌면 블랙홀보다도 우리가 기원전부터 관찰해왔던 별이 몇백억 년 전의 초신성이라는 사실이 더 신기할지도 모르죠. 말 그대로 타임머신이잖아요.

심지어 블랙홀도 아니면서 쌍성계를 이뤘던 짝별을 흡수해 젊어지는 청색 낙오성이라는 항성도 있다죠. 별명이 우주의 흡혈귀라나… 개그로 쓰신 천체들의 이능배틀물 의인화는 꽤나 핵심을 찌른 표현이시라는 게 또 다른 개그입니다……

반물질도 1928년 발표될 당시에는 유사과학이었습니다. 55년에 가서야 입자가속기를 통해 입증되었고요. 블랙홀 역시 관측되기 이전부터 수학적, 물리적 타당성만을 인정받고 우주망원경 기술의 발전을 기다렸죠. 양자 물리학이요? 아인슈타인은 발견해놓고 부정했었죠. 신의 입자 힉스 보손과 우주배경복사에 경배를!

이런 사례들은 이제 인터넷 검색으로도 쉽게 알 수 있다 보니 어떤 과학자는 이미 확실한 사실을 연구하는 반면, 암흑 에너지같이 수학적으로만 존재하는 미지수도 과학에 포함된다는 사실이 혼란스러울 수밖엔 없습니다. 저도 그렇고요. 우리는 이미 과학이 마법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기에 유사과학과 진짜 과학의 경계가 정확히 뭔지 헷갈리게 됩니다. 과학자들이 암만 설명해 봤자 문외한인 저는 그걸 이해 못 하고 그나마 알기 쉬운 글들 위주로 판단을 하게 됩니다.

바로 여기에 음모론의 골짜기가 있고 아주 쉽게 미끄러져 버립니다. 보통 음모론은 증거물 짜깁기를 근거로 삼는데 이게 과학 문외한들에게는 암호 같은 수학 이론 보다 더 쉽게 다가오거든요. 뭣보다 과학은 이제 우주에는 진리따윈 없으며 그저 끝없는 불확실성만이 펼쳐지다 종말을 맞이한다고 가르칩니다. 때문에 로또처럼 기대고 싶은 쉬운 과학을 종교처럼 원하게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과학자들과 문외한들의 간극은 이제 달과 지구의 거리만큼 멀어졌으니까요. 기술적 특이점이 온다면 그 거리 단위가 AU(지구와 태양의 평균 직선거리)가 될지도 모르죠.

저도 넷플릭스 시청 중인데 아직 지구는 평평하다 다큐는 보지 않았습니다. 요리 다큐들이 너무 많아서……

전에 읽었던 블랙홀 관련 글에서 봤던 감마 레이 버스트라는 단어가 도통 생각이 안 나 스트레스였었는데 여기서 보니 반가웠습니다. 글의 유쾌함과 반짝이는 아이디어는 술술 읽혔고요.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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