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 소설은 어떻게? 비평 브릿G추천

대상작품: 이름 없는 싸움 (작가: , 작품정보)
리뷰어: HaYun, 19년 2월, 조회 302

왜 이 리뷰를, 이 “이름 없는 싸움”에 다느냐고 말할 수 있을겁니다. 그건 제가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아그책님의 글이고, 가장 이 리뷰에 해당하기도 하는 그런 글이기도 해서 그렇습니다. 물론 이 글 뿐 아니라 다른 몇 개의 아그책님이 쓴 퀴어소설을 겨냥하고 있지만요.

퀴어소설이란 대체 뭘까요? 어떻게 쓰는 것일까요? 대체 무엇이 퀴어소설일까요? 그러니까 프랑켄슈타인을 트랜스젠더에 대한 은유로 읽을 수 있다면 퀴어소설일까요? 동방신기 팬픽이나 소녀시대 팬픽은 퀴어소설일까요? 이런저런 복잡하고 머리 아픈 정의들을 헤쳐 나가다 보면 하나의 이상한, 그러니까 퀴어한, 일종의 말장난 같은 결말에 도달하게 되는데 퀴어한 것이 퀴어소설이라는 결론이죠.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런 결론일 수 밖에 없습니다. 장르소설이란 장르독자들이 규정하는 것이듯, 퀴어소설이란 보통 퀴어 커뮤니티가 규정하죠. (그니까 이동진이 캐롤은 퀴어를 뛰어넘은 인류애 어쩌고라고 말해도 그건 퀴어영화죠) 그 기준은 퀴어함이고요(판타지 독자들이 판타지를 판타스틱한 것을 통해 규정하듯이 말입니다).

트랜스젠더 캐릭터 활용에 대해서.

예전에 어떤 친구(이 친구도 저와 같이 퀴어였습니다)랑 얘기하다가 퀴어소설이란 뭘까?” 하고 묻길래 질 나쁜 농담을 한 적이 있습니다. “작가는 시스젠더 게이 남자고, 등장인물 중에 트랜스젠더 여성(mtf)이 하나 나오는데 그 트랜스젠더가 지극히 불행한 걸 퀴어 소설이라 부르지하고요. 저는 전문적인 글쓰기 훈련도 못 받아봤고, 문학에 대한 깊은 소양도 없는 데다가, 애초에 소설들을 많이 읽는 편이 아니라서 어떤 가설과 그 때문에 생긴 냉소라기보다는 정말로 질 나쁜 농담입니다. 질 나쁜 농담이지만, 질 나쁜 현실이 거기에 있죠. 소설은 아니지만 예컨대 헤드윅 같은 거 말이죠. 헤드윅이 젠더퀴어든 어쨌든, 존 카메론 미첼은 헤드윅을 트랜스젠더 여성처럼 해석할 수밖에 없게 만들어 놓고 불행을 잔뜩 씌워버렸죠. 헤드윅이란 캐릭터도, 헤드윅이라는 극도 참 사랑하지만, 정말 싫어합니다.

아그책 작가님의 글을, 퀴어소설을 정말 좋아하면서 싫어합니다. 좋아할 때는 저 끈적하고, 어둡고, 폭력적인 묘사들이 제가 살아온 어떤 시간들을 생각나게 해서 그렇고요, 싫어할 때도 그렇습니다. 단지 싫어할 떼는 시스젠더 게이 집단과 트랜스젠더 여성 집단 사이의 긴장감을 떠올리게 해서 더욱 그렇습니다. 아그책 작가님의 소설 속 트랜스젠더들이 너무 불행하며 자꾸 죽는다는 걸 상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트랜스젠더 하나가 나오고 그 인물은 자꾸 죽습니다. 이 패턴이 계속해서 반복되는 것에서 무언가 두려움을 느낍니다. “이 작가는 트랜스젠더를 뭐라고 생각하는거지?”

물론 이건 아그책님의 글이 가진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를 포기하라고 쓰는 글이 아닙니다. 해피엔딩으로 끝내라는 그런 말도 아니고요. 물론 트랜스젠더 캐릭터만 불행하게 결말나는 것이 아니란 것도 알고 있고요. 불만의 초점은 자꾸 게이 남성들의 불행인지 죄인지 무언가를 대속하는, 인류의 원죄를 대속하는 예수마냥 대속하는 트랜스젠더 여성 캐릭터를 만드느냐 하는 말입니다.

 예전에 어떤 다른 분의 글을 리뷰한 것에서 냉장고 속의 여자들이라는 비유를 따와서 냉장고 속의 레즈비언들이라는 비유를 썼습니다. 레즈비언이라는, 여자를 좋아하는 여자라는 캐릭터에 부여된 어떤 사실적 속성을 어쩔 줄 몰라 죽여버리는 작가들에 대한 적개심을 담은 표현이었죠(정말로 적당한 표현은 아니었던 것 같지만, 그보다 더 맞는 표현을 지금으로써는 찾을 수 없네요). 그리고 이렇게 느꼈습니다. “트랜스젠더가 쓴 트랜스젠더가 나오는 소설이 필요하다고 말이죠. 트랜스젠더가 이렇게 느끼게 만든다면, 청소년 성소수자가 나오고 느와르를 떠올리게 하는 좋은 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좋은 퀴어소설인가? 저는 정말로 모르게 되었습니다(그리고 이 글을 올릴까 말까 하는데, 친구는 이렇게 말했죠. 자기는 그래서 퀴어 소설이라고 생각하질 못하겠다고 말이에요). 퀴어라는 말에 대해 고민해보셨을거라고 생각하고 쓰는 말이고, 리뷰입니다.

어쨌든 이 글이 비난으로 읽히기보다는 아쉬움으로 읽히고 싶습니다. 표현이야 어쨌든 저는 정말로 진심으로 아그책님의 글을 좋아하니까요.

 

그리고 지금 제목이 잘 기억 안 나고, 트리거를 자극했던 어떤 지워진 소설과 함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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