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루 작가님의 기이한 이야기- 속죄(贖罪)는 우리에게는 꽤 익숙한 클리쉐에 속하는 이야기다. 좋은 대학을 나와 의사를 하고 있는 남편과 사랑스런 딸아이를 둔 정화는 남부러울 것이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딸아이 또래의 아이의 엄마들과 친하기 지내기 위해 집에 초대하기 이전까지는. 서로의 이름도 모르지만 서로의 관심사와 교육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해 그들은 친하지 않지만 친한척을 하며 관심을 표하고 있다. 정화는 자신이 남부러울 것이 없이 잘 살고 있음을 표내기 위해 한껏 꾸미고 그들을 초대한다.
초대를 한 이와 초대를 받은 이들이 정답게 담소를 나누고 있던 시각, 갑작스럽게 소윤이 이상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남편이 있는 병원으로 딸아이를 데리고 간 정화는 병원에서 아무런 이상 소견이 없다는 판정을 받는다. 도무지 알 수 가 없다고 하니 속이 답답할 지경에 다다른 정화는 그 시간 속에서도 사람들이 나누는 이야기들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마치 그들과 같은 커뮤니티 속에 자신이 도태된다면 더 이상 살 수 없다는 듯이.
정화는 원인모를 ‘정신 이상’에 대해 혹, 가족력을 떠올리기도 하지만 이내 의학의 힘이 아닌 미신의 힘을 빌어 소윤의 병을 치료하고자 한다. 이야기의 전개상 항상 그러하듯 무당은 정화의 집을 위에서 내려다 보는 것처럼 그들의 균열의 원인을 콕콕 집어 낸다. 마치 이것이야 말로 소윤의 병이 깃든 원흉이라는 듯이. 이야기는 현재에서 과거로 돌아가 정화와 소윤의 아빠인 진규와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는 어딘가 한 번쯤 마주쳤을 이야기들이 전개되지만, 이야기의 내용을 알고 읽게되는 고전처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엮어간다. 색다른 맛은 느껴지지 않지만 같은 소재라 하더라도 이야기를 엮는 이의 역량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지는데 그런 점에 있어서 이 작품은 꽤 몰입감이 높은 작품이었다. 많은 인물들이 나오지만 ‘정화’라는 인물을 가장 색채감 있게 잘 그려냈다. 남들과의 사이에서 뒤처지기를 싫어하고, 한 번 마음 먹은 것에 대해서는 쟁취하고자 하는 욕망과 욕심이 있는 인물이라는 것이 느껴졌고, 그것을 알게 모르게 정화의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영향을 주었던 이의 칼날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던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