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강박증은 있다. 아니라고? 나는 평범하다고? 예를 들어보자.
그것이 직장이든 가정이든 친구든 애인이든 다른 이들에게 내가 어떻게 보일지를 우리는 고민한다. 돌려 말하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불안이다. 보이는 내 모습에 평소 던지는 대사와 행동을 조절한다. 일종의 강박증이다.
나는 이 사람을 좋아하고 그 사람도 나를 좋아한다.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 나만 좋아하는 거면 어쩌지? 점점 불안해진다. 그래서 아니야 내 생각이 틀렸어라는 답을 얻기 위해, 확인하려 질문을 던지거나 행동한다. 의심이 커지면 그만큼 불안은 더 커진다. 이것도 강박증이다.
같은 공간에 있는데, 너무도 이 사람이 싫다. 하지만 대놓고 표현하면 불편해지기에 최대한 티를 안 내려 애쓴다. 자기도 모르게 불쑥 본심이 튀어나올까 봐 불안해진다. 그래서 표정과 말투에 신경을 쓴다. 점점 불편해지는 감정은 어쩔 수 없지만 타협하기 위해 조절한다. 이것도 강박증이다.
우리는 모두 강박증에 시달린다. 감정이 있다면 당연하다. 원인은 희노애락이다. 내가 원하는 감정을 유지하고, 그 감정이 흔들리지 않기 위해 불안해하며 그 불안을 해소하려 의도하지 않는 말과 몸짓을 하는 것이다.
노타우 작가의 [닫혀있는 방]은 이런 복합적인 강박증에 시달리다 광기에 사로잡히는 화자의 심리를 매우 세밀하게 그려냈다. 작품은 일기형식으로 진행된다. 초반부터 작가는 자 지금 이런 상황입니다 하고 소재들을 던져준다. 흔히 알고 있는 고부간의 갈등, 남편이라는 가장 가까운 존재에 대한 의심, 묶여있는 환경에 대한 거부감(작중 언급에서 결혼 전 화자는 7년 동안 독립생활을 했었다. 이는 굴레에서 벗어나고픈 욕망이 이미 예전부터 표출된 상황이다. 화자의 집에 대한 집착은 내내 계속된다.) 등등.
결과적으로 결정타가 되는 건 이사 간 이후 닫혀있는 방이다. 의미심장한 비유다. 수상한 방이 생각이 아닌 눈에 보이는 ‘물질적인 존재’로 나타나는 순간, 화자의 강박증은 비상식적으로 증폭된다. 말 그대로 광기에 휩싸이는 것이다. 이후 폭발하는 그 결과들은 작품을 읽으며 느끼시길.
작가님 특유의 분위기가 좋은데, 특히 굳이 적나라하게 표현하지 않으면서 툭툭 던지는 비수가 치명타다. 시어머니 무릎 위에 있던 책의 위치 묘사나, 망상으로 불러낸 수리공에게 줄 돈을 고민하는 것 같은. 묘하게 현실감 있으면서도 공포감을 준다.
닫혀있는 방이 불안하다면, 열어야 마땅하다. 계속 불안해하다가는 파국이 온다. 현실을 사는 우리에게도 좋은 교훈이다. 방문을 열고, 그냥 확인하면 된다. 그때 가서 놀라거나 미쳐도 늦지 않다. 어차피 밑져야 본전이고.
좋은 하우스 호러 작품이다. 잘 읽었습니다.